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공부는 노후를 위한 최상의 양식"이라고 했는데요, 약 2400년이 지났지만 지금에도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통찰력있는 말입니다. 백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겨우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12년간의 정규과정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살아가기엔 부족하죠. 대학 교육 역시 취업학원이 되어 버린 탓에 예전만큼 지식과 지혜에의 갈구를 채워주기에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평생교육'이라는 말이 일상어가 되고, 평생교육사라는 자격증이 유망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과거의 평생교육이라고 하면 학원에서 시행되던 취미교육이었습니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에게는 업무스킬을 강화할 수 있는 OA교육이나 보수교육, 퇴직 후를 위한 기능 교육인 제빵사 자격증이나 양재같은 거였죠. 아직도 재취업교육등이 평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부터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평생교육 도시'라며 흩어져있던 온라인상의교육을 모아서 보여주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지자체 내에서도 부서에 따라 각기 다른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운영하던 혼란의 시기를 거친 후 지금은 각 시도별 대표 사이트 한 두개도 압축된 모습입니다. 또한 나름 자체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온오프라인을 연결시키는 교육을 시행하기도 하죠.


하지만 여전히 실용학습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자주 듣는 경기도 평생학습 배움터인 '홈런(home-learn)'의 커리큘럼이에요.


처음 홈런은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꿈날개와 분리가 되어 있다가 현재는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통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재취업을 위한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을 위한 학습으로 확장을 한 건데요, 역시 기능교육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오래된 커리큘럼이나, 이미 공개된 강의를 다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한 게 많아 아쉽습니다. 

어학학습 같은 경우는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이라곤 하지만 10여년 전의 과정을 그대로 싣고 있는 것도 아쉬워요.


인문학 강의라는 것들은 다른 곳에서 강연 녹화한 것을 보여주는 정도이며, 


대부분은 이렇게 10여년 전 유행하던 플래시 형태의 엑티브엑스 설치를 해야하는 온라인 강의입니다. 

그렇다보니 스마트폰이나 크롬에서는 지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 같은 시절에 PC를 켜고 앉아서 강의를 듣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죠.


그러다가 작년부터 KOCW(Korea Open Courseware)가 나왔습니다. 국내 및 해외 고등교육 강의자료 활용 서비스에요.

KOCW의 긍정적인 부분은 꽤 많은 강의가 공유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 해 7월 기준(2015.07) 국내 대학 강의 9,409건, 국내 및 해외 강의자료 23만 5천여건이 공유되었다네요.(출처 : KOCW)



하지만 아쉬운 점은 역시 강의 내용을 녹화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저도 다양한 강의를 들어 봤지만, 녹화강의만큼 집중력 떨어지는 강의도 없더군요. 

일단 대부분의 경우 내용 전달이 잘 되지 않습니다. 마이크를 쥐고 하는 강의는 그나마 나은데, 그렇지 않은 강의 가 더 많다보니 강의 내용이 잘 들리지 않고 소리가 번져버립니다. 또한 판서를 하는 경우 잘보이지가 않아요.

강의 특성상 학생들과 교감하는 내용도 역시 학생의 대답은 잘 들리지 않는다던지 하는 문제가 있어 강의 퀄리티는 떨어집니다. 

또, 강의 집중도가 떨어집니다. 보통 한 학기 강의가 모두 올라오는데, 되돌아봐도 강의 60분에 앞뒤 5~10분씩은 준비하는 과정이고 중간중간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실습하다보면 한 강의에서 몰입해서 들을만한 것은 20-30분 밖에 되지 않죠. 강의실에 앉아 있을 때는 집중이 되지만 그걸 화면으로 보고 있으면 금새 지루해집니다. 내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렇게 많은 강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1,2개 들어보다가 현재 로그인도 하지 않은지 1년이 다되어 가네요. 강의 내용은 풍부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들으셔도 좋겠습니다. 


그 와중에 해외에서는 MOOC가 대중화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도 MOOC가 들어온다 만다 설왕설래한 게 몇 년 째. 드디어 국내에도 한국형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가 나왔네요.

바로 K-MOOC(http://www.kmooc.kr/) 입니다.


KMOOC의 대상은 대학(원)생, 교수, 대학, 일반학습자, 직장인, 퇴직자 등 다양하네요.

근데 왜 초중고등학생은 없는지요. ^^; 평생학습 시대에 나이와 직위등은 무의미합니다. 다양한 활용사례를 언급하려 한다는 게 오히려 범위를 한정지은게 아닌지, 그리고 이 부분이 준비하신 분들의 한계가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KMOOC은 현재 10개대학 27개 과정으로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이 10월 26일 개강이고, 하나 둘 씩 강의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참여대학은 부산대, 서울대, 경희대, 성균관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이화여대, 포항공대,연세대, 고려대 입니다. 


가입은 이메일 아이디와 특수문자를 포함한 비밀번호로 받고 있습니다. 

일단 이메일로 가입 후 추가로 소셜로그인을 지정할 수 있어요.


저는 10월 26일에 개강한 두 과목을 신청했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강의까지 챙겨듣는 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듣고 싶은 강의였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보았어요. 

이화여대 '인간행위와 사회구조', 그리고 한양대 '경영데이터마이닝' 입니다. 

이 과목들은 제 일과 관련이 있기도 하고, 평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던 영역이기도 하네요.


의 과정은 주차별로 나뉘어 있습니다. 

강의과정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한데, 대부분 한 강의를 챕터별로 20분이 넘어하지 않게 쪼개어 놓았어요. 그래서 필요한 부분들은 복습하기 좋습니다. 



주차 강의 끝마다 이렇게 소통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강의 평가와 소감을 받고 있습니다. 

되도록 글을 써 주는 것이 교수님들께 힘을 주겠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도 있습니다. 

아직 오픈되지 않아서 난이도를 알 수는 없지만 학위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 얼마나 참여할 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난이도일지는 궁금하네요. 기업에서 시행중인 독서교육 정도의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정에 따라 자막스크립트를 제공하거나, 교안을 제공하기도 해요.



사회학은 교안이 따로 없었지만, 데이터마이닝 과정은 교안이 있습니다.  


1주차 교안인데도 양이 제법 되어서 강의를 다 들으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네요...


각 강의는 스마트폰으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영상이 유투브에 있어서 어디서든 보는 것은 어려움이 없어요. 브라우저도 특별히 제한적이지 않구요.

다른 평생교육기관의 자료는 무조건 액티브엑스를 실행하게 해서 모바일로 보거나, 크롬같은 브라우저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kmooc은 그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모든 강의를 kmooc 전용으로 촬영하고 기획하고 편집을 했기 때문에 강의 집중도가 가독성이 뛰어나요.

그래서 아직 모든 강의가 다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강의 시작 전 설문 조사. 

그런데 이미 설문을 완료해도 무조건 이 페이지를 보고 강의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 UX는 얼른 수정하셔야할 듯 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모바일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습니다. 

반응형도 아니고, 모바일에서도 PC에서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로딩이 되다보니 메뉴선택을 위해 토글하여 확대해야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라고 애써 눈감아 보기엔 기초적인 실수라 지적하고 싶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이런 시도가 많아지는 것이 즐겁습니다. 

제가 평생교육을 전공해서기 때문이 아니라, 배움이 꼭 학교에서만 일어나야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대학과 석학들이 참여해 주셨으면 해요.


사회가 아직은 학벌을 중시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끊임없이 공부하는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학벌 그 이상의 인재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깊이 배우신 소위 가방끈이 긴 분들에게도 역시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구요.

노르웨이에서는 성인 평생교육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도 기능교육을 넘어선 재취업과 교양, 그리고 백세 시대를 살아갈 준비 단계로 평생교육이 사회에 뿌리 내렸으면 해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과정과 KOCW, 공교육 기관과 민간 교육기관, 또 대학과 기업이 힘을 합쳐서 더 다양한 학습 기회를 조성해주길 기대하겠습니다.



'리뷰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년이 지나 다시 돌아온, 첫사랑의 이야기 <냉정과 열정사이>  (0) 2016.04.26
양다리를 걸친 남자와 두 애인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두 개의 연애>  (0) 2016.04.22
운동 전후 근육통은 박찬호 크림으로 해결합니다.  (0) 2015.08.06
몸에 좋은 국산 잣, 편하게 먹는 방법 - 잣숲에서의 어느 멋진 날  (1) 2015.08.02
첫 번 째 낙서워크샵 후기  (0) 2015.04.19

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