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에 갔다가 근처에서 <피규어는 여행중>이라는 전시가 있다는 리플렛을 보았어요. 

사실 지혜의 숲 건너편 <피노키오 박물관>을 갈까 했지만, 작년에 정동진 가는 길에 다녀 온 피노키오박물관과 내용이 거의 유사할 것 같아서 고민하던 중 반가운 리플렛 이었지요. 

제 아들은 초3, 한참 레고를 좋아할 나이랍니다.



마침 거리도 가까웠습니다. 3분이라고 나오지만, 도로가 아닌 지혜의 숲 건물 안쪽으로 건너면 바로 앞이에요. 1층에 북카페 <눈>이 있고, 옆 철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만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1인당 3000원이에요. 남녀노소 구분이나 다른 할인은 없습니다. 카드 결제 가능해요.

특별한 입장권을 나눠주진 않지만, 입구에서 사장님(?)으로보이는 여자분께서 지켜보고 있으니 마음껏 들락거려도 된다고 하셨어요.



처음 만나는 중앙 테이블의 1/2은 독일 맥주축제를, 1/2은 우리나라 촛불집회를 묘사해 놓았습니다. 

사실 촛불집회라는 걸 금방 파악하기는 힘들었어요.

하지만 군중들 제일 앞에 있는 저 말과 닭인간, '돈도 실력, 너희 부모를 탓해'라는 말풍선을 보고 웃었습니다. 



잔뜩 모인 군중의 앞에 전경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저 앞에 책을 든 사람은 누구일까요?

군중들 가운데 '이게 나라냐?!'라는 외침이 씁쓸합니다. 이제 다신 닭같은 사람들 국가의 대표로 선출하는 일이 없어야 겠습니다.




2차 대전에 관한 내용도 있었어요. 아이히만을 아이에게 설명해 주지만 와닿지 않은가 봅니다. 

제겐 2차대전이 가까운 역사로 느껴지는데, 10살에게는 먼 일로 느껴지나 봅니다.



영국은 비틀즈구요..



독일은 옥토버페스트죠.

깨알같은 북카페 <눈> 홍보


컨셉이 모호한 앵그리버드 카페와



거대 피규어



한 쪽에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피규어들이 있습니다. 

박하사탕의 설경우는 "나 돌아갈래"를 외치네요. 처음 서울로 온 게 1999년. 단성사 2층에서 박하사탕을 보았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야근으로 꾸벅꾸벅 졸면서봤지만, 저 장면만은 기억에 남네요. 

뭔가 자꾸 꼬여버리는 남자, 다시 돌아가겠다며 기차에 몸을 던지죠.

지금 저도 1999년으로 다시 돌아가 잘못된 것들을 모두 돌려 놓고 싶습니다....



공포영화 링.

tv에서 사다코가 나오고 있군요. 영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닐까요..



설마 저 대머리가 우리 원빈은 아니겠죠? ㅠㅠ 이건 말도 안됩니다...



빨간 장미꽃 사이 미나 수바리가 충격적으로 매혹적이었던 아메리칸 뷰티



입장할 때 카드를 한 장씩 나눠 줍니다. 카드속 캐릭터를 찾아 인증샷을 찍어오면 선물을 주신데요. 

어두컴컴한 조명이라 난시인 저는 힘들게 찾았는데.. 선물은 카페 눈 음료 1000원 할인권 이었습니다. 

차라리 선물이 아니라, 찾아오면 할인권을 주신다고 하는 게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지금 제가 찍은 사진이 전시의 전부라 저희 2명 6000원의 입장료가 사실 살짝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엽서라도 한 장 주시려나보다 열심히 찾았단 말입니다?

그냥 찾아보세요~ 하고 나갈 때 할인권을 주셨다면 찾는 추억에 생각지도 못한 덤이라고 생각하고 받아서 음료라도 한 잔 했을 지도 모르죠.

선물이라는 말에 잔뜩 들떠 열심히 찾던 초딩아가가 얼마나 실망했는 지 모릅니다.

저희는 이미 잔뜩 밥이랑 음료를 먹은 상태라 그 할인권은 그냥 버렸네요...

선물은 저 카드라고 생각하면서요.



두 번째 실망스러운 건, 조명이에요. 
가뜩이나 레고 피규어들은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데, 캄캄한 밀실에 할로겐 램프를 스팟으로 켜 놓으셨어요. 그림자 때문에 피규어들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입장할 때 사진을 많이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달라고 요청하셨는데, 사진이 제대로 나오질 않습니다. 

좁은 공간, 많지 않은 피규어라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게 의도하신 것 같은데 실패여요. 10살 아이는 정말 3분도 안되어서 저 피규어 찾았으니 나가자고 했습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아이가 무얼 보았는지도 기억하지 못해요. 어른인 저도 침침해서 빨리 나가고 싶었지만 입장료가 아까워서 억지로 한 장이라도 더 찍..(은게 저게 전부입니다)으면서 10분은 버텼군요.

개인적으로 컨셉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레고로 세계여행을 대신하다니!
하지만 미흡한 전시 운영과 부족한 작품으로 씁쓸했다는 평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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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은 너무도 화창하여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은 그런 가을날 이었습니다. 

눈뜨자마자 아직 눈꼽또 떼지 못한 아이를 차에 싣고 파주 지혜의 숲에서 지혜의 피톤치드를 잔뜩 뿌려준 후 임진각으로 갔어요. 


오랫동안 머나먼 남도의 외갓댁에서 자라다가 서울로 올라온 저희 집 초딩에게 우리가 아직도 분단국가임을 가르쳐 주고 싶었죠.




하지만 오후 4시경의 임진각은 너무나 고단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고 빠져나가는 차만큼, 저녁의 평화로움을 즐기려는 차들이 밀려 들어와 주차를 위해선 저넓은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아 30분을 넘게 헤매야 했어요. 

차창으로 쏟아지는 지는 햇살은 뜨겁고 따갑고 아프더군요.



임진각에 오면 늘 한 번 쳐보고 싶은 평화의 종.

TV에서나 소리를 들었지, 실제로 들은 적은 없습니다. 



표지판을 읽어보니 단체의 경우 타종료를 납부하면 타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호기심 충만한 초딩이 돈을 납부하고 타종하자는 놀라운 제안을 했지만, 가난한 엄마는 가볍게 무시하지요...



끊어진 경의선 철길을 걸어봅니다. 

전쟁 전에는 이 철길이 신의주까지 이어져 있었다며, 한 때는 화물을 싣고 남과 북을 열심히 오갔을 철마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서울보다 더 가까운 개성.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더욱 먼 개성.



강건너가 북한이라고 하니 당장이라도 공산당이 강을 건너와 잡아갈까봐 잔뜩 겁은 먹은 아직은 초딩초딩한 아들녀석에게 무려 500원을 투자하여 망원경을 보여 주었습니다.

북한군을 기대했던 아들은 좀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강너머 꺽어지는 길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수풀을 보았다고 합니다.




망원경을 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다가오시더니

"이거는 북한 보여요?" 라고 물어봅니다. 

말투가 특이하여 저도 모르게 되물어 보았습니다. "네?"


구불구불한 길과 움막이 보인다고 하니 눈물을 글썽이며

"이거는 보인단다. 북한이 보인단다. 이리 와보라!" 합니다. 

그리운 고향을 눈으로나마 만나셨기를 바랍니다..




가깝지만 너무 먼 저 너머에서 있는 북한이 다음날 핵실험을 했다지요?

물론 위치는 호랑이 앞발에 가깝지만, 고즈넉한 평화를 깨는 북한 나빠요.

대한민국 초딩이 다 ~~~ 지켜봤답니다. 반성하세욧!



아직 세상을 모르는 초딩에게는 텅빈 논밭마저도 교육입니다. 

아침마다 본인 확인을 하고 들어가야 하는 농부들과 오히려 사람의 손길이 덜 닿아 동식물들이 보존되는 환경을 이야기해 주었어요. 자연에게 인간은 천적인가 봅니다...



평화누리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그늘막을 치고 누웠어요.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맑은 하늘을 보며 평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번 토요일에 포크 콘서트가 있다고 하지요?

이 너른 평야에 쩌렁쩌렁 울릴 가을밤의 포크송과 풀벌레 소리가 벌써 기대됩니다. 

또 도로와 떨어져 있고 장애물이 많지 않아 마음껏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이 많았어요.


강아지는 뛰어 놀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연날리기에 여념 없네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선 초딩을 보니 눈이 시원해 집니다.

아 눈물은 아니고요...



한 쪽에선 달이 떠오르고,



한쪽에선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우리네 인생사도 이런 거겠죠.

한 때 열정적으로 살았던 저는 저물어가지만, 초딩은 이제 떠오르는 달님인걸요..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연이 진짜 독수리 같네요.



노을을 뒤로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우리에겐 평화롭고 한가한 일요일을 월요일처럼 쓰는 북한 때문에, 소란스러웠던 한 주였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각자의 이익을 앞세워 소리를 내고, 

결국 사드까지 배치되었네요.


모쪼록 이 위기가 잘 해결되어 남과 북이 함께 평화누리공원에서 연을 날리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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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초딩 방학 잘 마무리 하셨나요?

이번 여름방학은 한 달이 채 안될 정도로 짧기도 하고, 저도 온종일 아이와 함께한 첫 방학이라 매일매일 무엇을 해야할 까 고민스러웠는데요.

문화적 감수성이 충만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전시회를 주로 다녔습니다.


방학 동안 다녀온 전시 중 어떤 것이 인상 깊었는지 물어보니,

주저없이 닉 베세이의 X-RAYMAN 전시회를 이야기 하더군요. 


과학자를 꿈꾸는 남자아이라 그런지, 엑스레이 컷이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진지한 흥미를 드러냈습니다. 



전시 중에 올리고 싶었으나, 티스토리 플래시와 사투를 벌이느라 늦었네요. 

전시는 이미 마감했지만 흥미로워 기록으로 남겨봅니다. 



많은 인증샷을 노리는(?) 입구의 엄지척 엑스레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저 상자에 손을 넣고 찍었을 거에요. 

전시를 관람하다보면 대형 엄지척을 만나게 되는데, 거대 따봉은 외려 매력이 없더랍니다~




빌헬름 뢴트겐 까지 언급하는 장엄한 닉 베세이 소개.

예술은 소재와 장르를 가리지 않을 때 의외성의 빛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 아플 때나 찍어보는 엑스레이가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이전엔 누가 했을까요.


아, 가끔 영화나 만화에서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묘사할 때 쓰이긴 했군요!




멀리서 보고 전화기 인 줄 알고 다가갔더니, 랍스타 손잡이.

엑스레이는 새우 같아보여 매력없어요. 왜 작가는 전화기의 손잡이에 랍스터를 올렸을까요?

이 작품을 설명하기에 앞서, 다이얼 전화기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야 하는 세대차이나는 엄마와 아들.




헤드폰의 꼬인 줄이 더 매력적인 헤드폰(2009) 




이건 당연히 스마트폰 이겠죠?

아닙니다. 스마트폰이 가진 기능들을 모아서 스마트폰 처럼 보이게 했어요. 

전화기, 타자기, LP 플레이어, 카메라, 손목시계... 또 찾으셨나요? 네 조이스틱 패드도 보이네요~



저희 모자를 전시회로 이끈 한 장의 사진입니다. 

이 컷은 오토바이 역사상 신기록으로 남아 있는 한 사건을 오마쥬 한 거라고 해요.

최고의 오토바이 신기록을 내기 위해 수영복만 입고, 바람 저항을 줄이려 완전히 엎드려 타고 가는 모습입니다. 



요즘은 사실 흔히(?) 볼 수 있는 라이딩 모습이지만... 당시로선 획기적인 사건이었죠.



저희 집 남자초딩은 이 작품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보잉기가 격납고에 있는 장면을 찍은 건데, 항공사의 의뢰로 찍게 되었다지만 너무나 대작이라 고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면 공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어요. 

전체 샷으로 볼 수 없는 부분샷. 이건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만 체험할 수 있겠죠?



꽃으로도 사람을 쏘지마라...



꽃 사진 전시관은 마치 TV 광고를 하는 듯한 꽃 영상이 무한 리플레이 됩니다. 

꽃 엑스레이 사진은 친숙하면서도 신비로웠는데요...



제가 꽃 사진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동안, 초딩은 우아하게 도록 감상을..



알고 보면 무서운 작품.

이 버스 안의 사람들은 모두... 시체랍니다. 아니 모두는 아니고요~ 시체 한 구로 여러포즈를 만든 후 찎은 거죠.

버스의 철판을 통과할 정도의 방사선이면 인체에 치명적이라, 시체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무섭고 끔찍하다며 가까이 가기 싫어하는 아들 세워 놓고 한 컷. 실제로는 울상이에요 ㅠㅠ



가방 속 디테일이 포인트. 현대인의 가방은 저런가요?

요즘은 열쇠도 보기 힘든 것 같아요.



옷은 마치 잠자리 날개 같이 신비로워 집니다.




수억원 상당의 유명한 드레스도 엑스레이를 통과하면 한 낱 껍데기일 뿐...



신나게 춤추는 할머니가 연상되는 즐거운 작품^^



전시장에 다녀오면 반드시 소소한 기념품을 사서 옵니다. 

아가씨때는 도록을 모두 챙겼는데요... 세월이 쌓이니 도록도 짐이 되더군요. 

그리고 직접 봐야지, 도록은... 뭔가 감동을 반감시켜요.

아쉬워서 다시 전시를 보러갈 수 있도록. 홀로그램 엽서 한 장.

기울기에 따라 낮과 밤이 포현된답니다. 


이 엽서를 식탁에 올려놓고 밤에 지나가다가 뭔가 식탁위에서 번쩍거려 놀래서 주저앉은 1인....



전시가 감동이었다며, 아들이 직접 관람기를 제작했습니다. 

엄마가 에이전시 다녔다고, 아들도 파워포인트로 PT 하는 것을 너무 좋아합니다...

어떤 기능은 저보다도 훌륭하게 써내더라구요.


닉 베세이에 대한 조사와 전시 소감은 약 7장 짜리 문서로 변신해 방학 숙제로 제출했습니다. 


다음엔 어떤 전시를 갈까요?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학원 갈 필요 있나요. 이색 전시는 현상을 비틀어 보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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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미팅이 있어 시청 앞으로 나갔다가 봄날씨가 따뜻해서 청계천을 걸었어요.

포켓몬 '행복의 알'을 켜고 30여분을 걷다보니 어느새 세운상가에 도착했더라구요.

세운상가는 이사하기 전 조명을 구경하러 온 이후 약 1년 반만에 다시 찾았네요. 



세운상가는 종로3가와 퇴계로3가 사이에 있는 복합상가에요. 청계천을 통해서 가면 '세운교' 앞, 종로쪽에서 가면 '종묘' 앞에 위치해 있지요. 




세운상가는 1968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냥 상가만 입점해 있는데, 주상복합건물이라고 하면 주거도 가능했다는 거겠죠? 세운상가에서 구할 수 없는 전자제품과 부품이 없고, 또 기술자들이 모두 모여들어, 한 때는 이 분들이 힘을 합치면 '탱크'쯤은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자상가의 역사>라고 되어 있지만, 평일 낮이라서인지 상가내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요즘은 왠만하면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기 때문에,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가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네요. 


그래도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해 1시간 무료 주차를 실시하고 있어요. 주차장 구하기 힘든 청계천, 종로 인근이니 필요한 제품도 사고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팁이겠네요 ^^



평일 오후 4시쯤 이었는게, 너무 한가하네요...



세운상가 입구쪽에 있는 조명가게들은 그래도 지나는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서, 인테리어를 위해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 보였어요. 요즘 인테리어의 트렌드는 조명 아닙니까? ^^



한 바퀴 둘러보고 가려는데, 2층 옥상에 로봇 뒤통수가 보이네요. 

원래 세운상가에 로봇이 있었던가? 



로봇을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어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 같은 간판이지만, 전자제품 디자인이 10년은 더 되어 보입니다. 



세운상가는 1층부터 4층까지 있어요. 제가 들어간 청계천 쪽에서는 1층이 계단 한 층을 내려가야 하는 구조입니다. 2층이 도매상가라고 하여 계단을 올라가 봤는데요...



가전제품이라고는 하지만 입구부터 노래방 기기들이 꽉 차 있습니다.



네, 요즘은 동전 노래방이 뜬다고 하네요. 기기 아래 깔린 '동전 노래방 성공전략' 제가 한 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



요즘은 거의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다보니, 실제 방문고객보다는 택배상자가 더 많이 쌓여있었어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노란 비상계단을 지나 1층으로 내려가면..



가전 유통상가라고 되어 있는데, 오래된 구가전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저 핸드 청소기는 18년 전 제가 처음 서울 왔을 때 쓰던 거네요... 카이저 ^^;;



숨소리까지 녹음되는 녹음기와 신형 효도라디오, 구형 CD플레이어가 한 테이블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치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풍경이랄까요?



건물 밖에는 각종 전자·기계 부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분명 문과생인데, 기계 부품만 보면 설레여서 눈돌아가는 저 인지라....



하마터면 전선들을 마구잡이 사들일 뻔 했어요. 

그러고보니...저 스위치가 땡기네요. ㅋ 어항 조명을 자작으로 만들어 봐야 겠습니다. 



역시 없는 게 없는 세운상가



낡아서 칠이 다 벗겨진 간판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이 장소에서 볼트를 판매하셨을 사장님.



세운상가는 50년이 지났지만, 지금봐도 세련된 건물이에요. 

당시로서는 얼마나 핫한 장소였을 지 새삼 짐작이 갑니다. 



원래 세운상가는 2009년 재개발이 예정되었었습니다. 

청계천이 복원되고, 주변 상가들이 멋진 건물들로 바뀌어 갈 때 였죠. 

그런데 바로 앞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재개발은 중단이 되었어요. 



대신 건물을 보수하고 주변을 정비하여, 과거와 미래를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합니다. 



걷는 도시 서울의 일환으로 세운상가에서 남산까지 걸을 수 있는 공중 보행길을 만든다고 해요. 

서울역 고가가 올 해 5월 '서울로 2017'로 개장을 하고, '다시 걷는 세운'이 완공되면 차와 길거리 구조물들에 치이지 않고도 서울을 마음껏 걸을 수 있을까요? 



다리가 세워진다면 바라볼 높이를 찾아 계단을 올라가 봤어요.



깜짝 놀랍도록 오래전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낡은 집들 저 너머로 고층 빌딩들이 보입니다. 



2층 옥상에서 바라 본 종묘는 봄기운이 가득했어요. 

과연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아름답네요. 

오른쪽에선 공사가 한참입니다. 



옥상에 올라서니 색다른 간판들이 보입니다. 



팝아트같은 이 가게는 젊은 예술가와 메이커가 함께 꾸민 공간이에요. 

색다른 재활용 작품을 만날수 있습니다.



복고다방 '에바다'에 가면 왠지 전축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습니다. 



드디어 찾았네요! 꼭꼭 숨어 있던(?) 로보트. 

로봇의 이름은 '세봇'입니다. (세운상가의 '세'와 로봇의 '봇'의 합성어)

세봇은 세운상가의 장인들과 젊은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3D프린팅으로 만든 로봇이라고 해요.



구글플레이에서 '세운보물찾기'를 찾아 로봇을 비추면 증강현실이 구현된다는데...

여러분은 지금 최첨단 세운상가에서 아이폰을 차별하는 현장을 보고 있으십니다. ㅠㅠ



제가 간 날 세봇 건너편에는 '세운을 실험하다'라는 팝업 갤러리가 오픈했었어요.

기간도 짧은데다 홍보도 안되어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민망했지만...



2017년 6월 세운상가에 '세운전자박물관'이 생긴다는 정보를 득템했습니다. 

저 구멍을 들여다보면 40~50여년 동안 이 곳 세운상가를 지켜온 상인과 장인들의 인터뷰를 볼 수 있었어요.



폐가전도 꽃과 함께 있으면 작품이 되나 봅니다. 



세운산도를 활용한 공기청정기 제작기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문객이 밀려들어서 저는 옆으로 이동했어요. 



이 것은..? 국민학교 때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과학기술사, 아카데미과학 같은 곳의 전자제품 키트 팜플렛이네요. 

저 장치들을 만들고 싶어서 엄마를 그렇게 졸랐는데, 엄마는 가시나가 무슨 전자제품을 만지냐며 기겁을 하셨...



제가 가장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짓말 탐지기' 정말 신기했어요....

생각해보면 조잡한 장난감 수준이었겠지만... 그 제품들이 세운상가에서 뻗어 나왔군요?



남학생들을 설레게 했던 아카데미과학교재사의 프라모델....



지금 세운상가는 메이커스를 모집하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이나 청년기업들이 관심을 가져볼만 하네요.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모태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젊은이들...  응원합니다!~

탱그 아니라 우주선도 만들 수 있을 듯!



50년의 세월은 세운상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공사 자재와 장비들이 가득한 세운상가 여기 저기는 낡아서 위험해 보이는 시멘트 계단과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어요.



하지만 과거는 부끄럽거나 촌스럽거나 지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세운상가.

안전하고 멋있어질 외관과 그 속을 꽉 채울 장인과 메이커스들의 콜라보가 기대되네요.


세봇·로봇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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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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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또 나이만 한 살 더 먹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갑갑해 지십니까?

해가 갈수록 경쟁력은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앞 날은 캄캄하지요.

제 나이쯤 되면 이제 뭔가를 하나 이루었어야 한다는데, 저도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는 하루하루가 흘러가고 있습니다. 


소처럼 일하는 내 등엔 책임감과 의무감이...


이쯤되면 이 노래가 생각 납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넌들 나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 없지..."

가수 김국환 선생님의 명곡은 어릴 때보다 나이를 먹을 수록 더 와 닿네요.

<타타타>처럼 한 치 앞도 모르는 삶을 살고 있지만, 숨은 나의 마음을 한 번 들여다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실직, 그리고 도전의 실패.

그 와중에 홀로 방황하는 예쁜(?) 동생을 어여삐 여긴 언니들의 초대로 레고시리어스 플레이를 접하게 되었어요. 지금 제게 딱 필요할 것이라며.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던 날, 여의도에서 도곡동의 <와우팩토리>로 달려갔어요!

와우팩토리는 이름처럼 wow!하네요.. ^^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는 "목적이 분명한 진지한 놀이"입니다. 어렸을 적 가지고 놀던 레고는 단지 표현하는 수단일 뿐이죠. 레고시리어스용 블럭은 따로 있다고 해요. 단순히 창작이나 놀이가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일반 블럭에는 없는 것들이 있다고 하네요. 그만큼 한 세트의 가격도... 덜덜



처음 만난 분들과 통성명을 하고, 조장을 뽑았습니다. 제가 제일 어린탓에 예쁘게 봐주신 조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조장 역할을 했는데요, 친구처럼 진행하라는 진행자(신정호 박사님)의 가이드에 따라 평생 처음으로 제대로 야자타임을 가져보았네요^^


우선 두뇌를 말랑말랑 풀면서, 얼마나 우리가 평면적인 생각을 하고 살았는지 돌아보는 기본 블럭 미션.

제가 3D MAX도 배웠고, IQ에서도 공간감이 높게 나타나는 편이라 쉽게 생각하고 후다닥 풀었는데요. 정말 부끄럽게도 편견에 휩싸여 처음부터 틀리고 말았네요...

정답을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고, 알고 있는 것에 미루어 짐작했다는 것에 살짝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름 말랑말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쁜 리더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았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나쁜 리더의 모습은 달랐지만, 어쩌면 리더다운 책임감과 도덕성을 보여주지 않는 것에 모두 '나쁘다'라는 방점을 찍은 것 같습니다. 리더란 사실은 책임을 지는 자리인데,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죠. 



리더가 리더답지 못하고, 누군가의 꼭둑각시이거나 누구에게 명령하여 자신의 꼭둑각시화 하는 것.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여주는 엄선생님 작품.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을 만들어 조원들에게 설명하고, 다음으로 조원들이 짧은 시간동안 파악한 나의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나의 미래 모습과 희망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집에 있는 블럭으로도 표현해 볼 수 있지만, 시리어스용 블럭들은 훨씬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것 같았어요. 반짝이는 보석이 '의미'가 되고 '미래'가 되고 '희망'이 되고, 또는 '시련'이 되구요.

무의식적으로 표현하는 색, 블럭. 의식적으로 표현하는 색, 블럭.

설명하다가 스스로 깨닫기도 하고, 처음엔 부끄러워하던 분이 점점 마음의 문을 터놓기도 하구요.



서로에게 본받고 싶은 점들을 연결연결하다보니, 어느새 3시간 가량 지났네요.

길다면 긴 시간,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기엔 짧은 시간.

하지만 이 날 전 저희 조원분들에게 깊은 친근감을 느꼈어요.


기업에서도 활용하기 좋은 워크샵 같고, 주제에 따라 이끌어가는 내용도 다양하다고 하시네요.

1월에 심화과정이 있다는 데, 빠지지 말아야 겠어요.




참, 이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를 진행하신 이트리즈 신정호 박사님은 국내 트리즈 전문가입니다. 저도 4년쯤 전에 트리즈 강의로 한 번 뵙고, 이번에 다시 인연이 닿아서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까지 연결하여 들어보았습니다.  신정호 박사님의 트리즈 강의는 제게 큰 영감을 준 강의였어요. 이후 많은 문제 해결에 도움을 받았다고 할까. 가끔 제 낙서강의에도 적용해 봅니다. 


그 트리즈 강좌가 업그레이드 되었네요. 디자인씽킹과 만났나고 합니다. 

하지만 날짜가... 12월 29일..(왜 때문이죠? 이날 ㅠㅠ)


내년을 준비하는 강사분들과 조직의 리더분들은 꼭 들어보시면 좋을 강의라고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강의 신청 :  http://bit.ly/2hA9Q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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