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2년이라는 통신사의 노예계약이 종료되면 늘 최신 스마트폰을 찾아 헤매입니다. 이건 스마트폰 쓰기 이전부터도 그랬지요. 2년마다 50여만원씩 턱턱 내며 휴대폰을 바꾸다보면 가계가 휘청였습니다. 그래도 과거에는 통신비라도 저렴했죠. 누구나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해야 했던 건 아니었으니까요. 


물론 그 때도 저는 무제한 요금제를 쓰느라 월 10만원은 기본으로 나왔습니다. "기본요금+통화료+무제한요금제" 그래도 직업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이며 통신사 VIP 라는 것에 뿌듯해할 수 밖에요....


스마트폰이 보급되던 시점 WIFI만 된다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기대를 했지만, 통신비가 줄어들진 않았어요. 오히려 전체 통신비가 상승하며 전 비슷한 금액을 내면서 VIP가 아닌 일반회원에 그칠 수 밖에 없었죠. 


늘 이게 이상했습니다. 시설망은 이제 거의 다 깔렸는데, 왜 통신비를 줄어들지 않는 걸까. 일부 필요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닌 보급화가 되었는데, 왜 점점 통신료는 오르는 걸까. 이제 누구나 무료 WIFI 구역에서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 받는데 왜 통화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는 걸까? 스마트폰을 구입하는데, 2년 강제 노예계약에 들어가면서 월 이자는 왜 또 꼬박꼬박 들어가는 걸까. 그렇다면 노예계약을 하지 말던가. 일시불로 하게 해 주던가. (과거에는 일시불로 하겠다고 해도 대리점에서는 안된다고만 했습니다.)


직업이 IT계통 종사자인데도, 사실 너무 바쁜 일상 때문에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지도 모르고 마케팅/영업에만 휘둘리던 차에 지난 번 간담회(단통법 또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 1년을 되돌아 보다.)에 우연히 참가하면서 데이터중심요금제와 알뜰폰, 통신료 할인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로부터 얼마 후 저는 아이폰 6S의 출시와 함께 고민에 빠졌죠.

부끄럽게도 그 전에는 알뜰폰과 데이터중심요금제를 몰랐답니다. ㅠㅠ 알게 되었으니 저도 알뜰소비자가 되고 싶다는 욕구가 화르륵~


안녕, 내 아이폰5

어떤게 가장 좋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엑셀로 표를 짜서 기회비용등을 모두 고려한 결과, 알뜰폰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근데 알뜰폰(MVNO)을 선택하면서도 사실 두려움은 있었어요. 혹시 회사가 중간에 사라지거나, 기존 통신망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어 내가 공중에 붕 뜬다거나 내 정보가 강제로 팔려 나간다거나. 아니면 통화가 잘 안되거나 인터넷이 잘 안되거나.


국내 출시 첫 날 명동 프리스비에서 구입한 내 아이폰6S 로즈골드



주변에 알뜰폰 이용자들을 보지도 못했고, 막상 가입을 하려고 명동 프리스비에서 아이폰6S부터 사놓고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죠. 페이스북으로 사람들께 물어보니 의외로 많은 분들이 이미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으시다며 커밍아웃을 하십니다. 통신품질등을 물었을 때 전혀 불편함이 없으시단 말에 안도를 하며 알뜰폰으로 갈아탔어요. 


인터넷에서 가입한 다음날 바로 발송 된 헬로모바일 알뜰폰 USIM 카드



그로부터 2개월. 두 번의 요금을 지불했습니다. 

전 통화/문자 무제한에 LTE 6G KT망 이용 요금을 사용하고 있고, 이건 헬로모바일로 이동하기 전 올레KT를 이용할 때와 같은 조건이에요. 다만 달라진 건, 올레에선 저 요금제에 올레tv가 무료였고, 알뜰폰에선 tving이 무료죠. 제 단말기 할부금은 이미 2월에 종료되어 장기고객할인을 적용받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달. 제 요금은..?



첫 달은 KT요금이 같이 청구된 거고, 두 번째 달은 알뜰폰 요금만 청구된 거에요. 부가게 10%포함한 금액이고, 대충만 봐고 약 1만 4천원 정도가 저렴합니다.  24개월이면? 약 33만6천원이 저렴하네요. 올레에서 20%할인요금제를 적용받았을 때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물론 알뜰폰 업체에서 자주 선보이는 할인 이벤트를 이용한다면 계산상으로 저 금액에서 40%까지 더 저렴해 지더군요. 2년 후엔 장기고객 할인이 적용되구요. 


이게 가능했던 건 정부가 내놓은 데이터중심요금제와 알뜰폰(MVNO)활성화 정책 때문인데요, 저 같은 경우 바빠서 뽐뿌의 가끔 뜨는 대박 저렴한 폰을 낚아챌 재주가 없던 사람들한테는 더없이 유리한 정책이에요. 게다가 그 당시에도 그건 불법이기도 했고.


제가 모바일마케팅을 하던 10년 전에도 MVNO이야기는 있었습니다만, 시장의 반응은 "안될거야..." 였어요. 하지만 이제 정책이 도와주니 "될거야"로 바뀌었네요. 통신망을 빌려주는 사업자보다 절대 저렴할 수가 없다라는 게 당시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정부에서 알뜰폰 업체의 전파사용료도 감면해주고(약 300억원/연간), 한 자리에서 알뜰폰들을 비교해볼 수 있게 알뜰폰 허브(https://www.mvnohub.kr)도 개설해서 운영중으로 다방면에서 지원해주고 있기 때문이겠죠.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운영하는 알뜰폰 허브 사이트


물론, 제가 아이폰6S가 아니라 저 더욱 저렴한 단말기(알뜰폰 업체들도 출시 개월이 경과한 폰들은 보조금을 지원해줘요)를 이용했다면 더 큰 혜택을 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전 월 이용료 경감 및 다른 모델로 갈아타고 싶을 때 부담없이 갈아탈 수 있다는 기회비용 측면에서는 만족합니다. 기존에는 그런 통로가 거의 없다 시피했으니까요. 


하지만 가끔은 통신사들의 파격적인 멤버십 혜택이 아쉬울 때가 있습니다. 아주 가끔 외식을 할 때말이죠. 그렇지만 일년에 2~3만원 혜택 받자도 기십만원을 더 쓴다는 건 낭비겠지요?


가계통신비를 줄여 그 돈으로 사먹는 게 연말 정산에(미미하게나마) 도움이 되고, 국가 경제도 살리는 길 아닐까요? 

알뜰폰 이용자분들~ 저처럼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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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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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초 이사를 했습니다. 

전에 살던 가족은 이 곳에서 약 8년 거주한 사내아이 둘을 키우는 맞벌이 가정이었어요. 집을 볼 때 어느 정도 지저분한 것은 감안했지만, 막상 이사 나가고 나니 가관이더군요. ㅠ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좁은 거실과 연결된 주방은 어떻게 요리를 해 먹었을 까 싶을 정도로 지저분했던 지라 이사청소를 맡겼을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신의 손을 만나서 인간답게 닦아 주셨어요. 하지만 역시 계속 거슬리는 낡은 주방 가구의 흔적들.


손잡이 나사가 빠졌는지 떨어져 나간 흔적. 저건 의미 없는 쌀통이네요. 아니 쌀통이 빌트인 된 주방가구는 처음 봅니다. ㅎㅎ 어쨌든 나사를 조이려면 문짝을 아예 분리해야 하구요.


손잡이는 금속 재질에 페인팅이 되어 있는 제품이었어요. 나름 묵직해서 처음에는 잡았을 때 그립갑이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은 허물을 벗는 듯 우둘투둘. 만지기도 싫은 상태.


그나마도 손잡이가 아예 없는 서랍. 


화장실 선반의 문고리들도 모두 전멸이네요. 


집은 편안하고 따뜻하면 된다는 주의라 큰 돈 들이고 싶지 않지만, 이대로는 우울증만 깊어질 것 같아 이사오자마자 급히 손잡이를 주문했습니다. 


먼저 어떤 손잡이가 현재 주방에 잘 어울릴 지 고민해야겠지요?

앤틱, 모던, 심플, 프리티. 한참을 고민하다가 주방가구의 밝은 갈색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블랙으로 정했습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돌핀 손잡이 19개와 공용 욕실에 쓸 엔틱 고리 손잡이.(욕실은 가구가 체리색이라 엔틱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주문하기 전 주의할 점은 손잡이 나사 사이의 간격과 문짝의 두께를 정확히 재고, 맞는 것을 주문해야 해요.

저는 정확히 128mm가 나와서 맞는 사이즈로 주문했습니다. 

문짝 두께는 나사를 받을 때 쓰는데요, 엔틱고리용 나사를 따로 주문하지 않아서 욕실 선반은 살짝 나사가 헐겁게 되었네요. ㅜ_ㅜ


주문한 다음날 도착한 19개+1개의 문 손잡이들.


돌핀은 플라스틱 손잡이라서 너무 가볍긴 합니다. 

문 열림이 무거운 원목 재질의 서랍용이라면 좀 사용이 불편할 수도 있엤어요. 하지만 전 가벼운 주방용이기 때문에 OK.


나사와 손잡이를 잘 맞춰서 조립해 줍니다. 


욕실 고리 완성!


그렇게 주방도 모두 교체했습니다. 

밝은 오크색이라 검은색 손잡이가 잘 어울리네요^^


식기 건조기 유리가 검은색이라 조화롭습니다.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던 서랍에도 짝을 찾아 주고..


빌트인 쌀통도 문짝을 분리해서 교체해 주었어요.


고민할 때는 몰랐는데, 조리용 팬(환풍기)도 검은색이라 맞춘 듯이 색이 딱 맞네요.

그 전에는 뭔가 노티가 났던 주방이었다면, 손잡이 교체로 굉장히 큐트해졌어요~


그리고 남은 손잡이들은.. 금속 재질이라 잘 분리수거 해서 내놓았습니다. 


총 20,000원+ 배송료 2500원 = 22,500원에 주방 분위기가 확 바꼈네요.

사용해보니 역시 손잡이가 가벼워서 걱정은 살짝 되지만 그렇다고 쉽게 부러지거나 할 것 같지는 않구요. 몇 년은 무난하게 쓸 것 같아요.

여름이 되면 시원한 도자기 재질의 손잡이로 바꿔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요즘 이사철인지 저희 아파트도 매일 같이 사다리차가 오르내리더라구요. 이사 후 심란한 집 보며 우울해 하지 말고 적은 비용으로 하나씩 고쳐가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혼자서도 1시간이면 뚝딱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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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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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 때는 한글날, 국군의 날이 모두 공휴일이었는데,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휴일이 너무 많다며 슬그머니 폐지되었었다. 그리고 다시 작년부터 공휴일의 자격으로 다시 돌아온 한글날.


학생 때야 한글날이라고 교내 백일장이며,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내용이며, 다큐멘터리로 분주하고 바빴지만 성인이 되고 보니 막연히 쉴 수만은 없는 날이 되어 버렸다. 



올 해 한글날 나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 강의를 들으러 갔다. 아침 9시 30분 서소문 일대와 광화문은 조용한 듯 분주했다. 휴일에 방점을 둔 사람들은 가게문을 닫고, 또는 하루를 쉬며 거리의 적막을 한 자리 차지했다면... 한글날에 의의를 둔 사람들은 하나 둘 광화문 일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훌륭하신 세종대왕이 계신 곳으로.


광화문 근처, 시청 건너 덕수궁 근처에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른 가을을 즐기려는 관광객들과 한글날을 준비하는 많은 시민 단체들.



그렇지만 아직은 한가했던 시간. 사람들이 적어 느껴지는 풍부한 산소의 느낌(ㅎㅎ)과 가을 아침의 바스락한 냄새가 좋았다.



이 가을이 떠나기 전에 다시 사진기를 들고 나가봐야 겠다. 비록 같이 걸을 연인과 친구는 없어도..^^



피아노를 조율하며 공연을 준비하시는 아저씨. 듣고 싶었는데, 강연 시간과 겹쳐 아쉽게 듣지는 못했다. 

이 날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힘드시진 않으셨을 지...



아무도 없어서 청량함이 느껴지는 덕수궁 돌담길.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데, 그래서인지 가족이나 친구 다위가 많이 보였다.


가을 녹음이 짙어간다. 지금 가면 더 초록은 노랗고 빨간 화장을 했겠지.


서소문청사겸 시립미술관 앞에서 만난 CNG 충전소.

CNG가 뭔지 몰라 찾아본 나는 초보 드라이버. 개인 천연가스란다. 천연가스는 버스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개인도 쓸 수 있구나..


공용자전거 대여 시스템. 지문을 인식해서 빌리는 건가 보다. 무료인가? 


신기했다. 다음에 빌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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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안진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처음 접한 건 중학교 때 일 것이다. 

한참 친구에 목숨 걸던 시절. 

친구의 한 마디에 울고, 친구의 한 마디에 웃던 나이 아니던가.


문방구에서 산 연습장 표지에 있던 이 글 한 줄에 나는 얼마나 설레였는지. 밤 새도록 읽고, 또 읽고.

컴퓨터도 귀하던 시절, 복사 한 번 하려면 멀리 시내까지 나가야 했던 시절.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손으로 꾹꾹 눌러 써서는 곱게 코팅해 친구에게 나누어 주며, 우리 늙어서도 변치 않는 지란지교를 이루자 했지.

나는 너에게 좋은 친구, 너는 나에게 좋은 친구.

그 때 코팅지를 주고 받은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 하는 지.


나는 40대가 된 지금도 지란지교를 꿈꾼다.

사는 게 힘들어 투덜거리고 싶을 때,

고민이 있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때,

자랑할 일이 생겨 신나게 떠들고 싶을 때,

그게 아니라도 하룻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최근 본 드라마 이야기라든지, 요즘 읽고 있는 책이야기라든지.


SNS에서 실컷 떠들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도, 결국 속의 이야기를 모두 꺼내지는 못한다.

그런건 친구와 할 수 있는 거지.

커플폰으로 지정해 놓고 밤새 떠들던 친구 정양도,

이성이지만 동성같이 편해서 각자의 가족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친구 노군도,

나의 어린 시절을 모두 알고 있는 친구 문양도


마음 깊이 좋아하지만 각자의 삶이라는 영역을 지켜주기 위해 쉽게 연락하기 힘든게 그게 이제 우리 나이.


하지만 나는 아직도 사춘기 처럼 꿈꾼다. 지란지교를...


친구들아 사랑한다. 그렇다고 내가 너희들을 멀리 여겨서가 아니야.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부분도 있단다. 모두 각자의 일상에서 열심히 살자.




지란지교를 꿈꾸며


"지란지교를 꿈꾸며"


ㅡ 유 안 진 ㅡ


저녘을 먹고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조금 나더래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집 가까이에 있으면 좋겠다


비오는 오후나 눈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놓고 보일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아내나 남편이나 제 형제들과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 질수 있으랴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며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여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수 있으면 된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수 있으면 좋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하게 맞장구 쳐주고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 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를 원하지 않는다


많음 속에 한 두 사람과 진실로서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지속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 나라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끼니와 잠을 아껴

많은 것을 구경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그많은 구경중에 기억에 감회로 남은 것이 거의 없다


내가 만약 한 두 곳, 한 두 가지만 제대로 감상했더라면

두고 두고 되새길 자산이 되었을것을


우정이라하여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내가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고

내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정직하게 살고

내친구도 재미나 위안을 위해서 

그저 제자리에서 탄로나는 약간의 거짓말을 할 줄 아는

재치와 위트를 가졌으면 좋겠다


나는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거나

내가 더 예뻐보이기를 바라겠지만

금방 그마음을 지울줄도 알것이다


때로 나는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것이다


우리는 흰눈속 침대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약할수 있고

아첨같은 양보는 싫고 이따끔 밑지며 사는 야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재력도 중시하지도 부러워 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지혜롭지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위해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닌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지 않다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없이 남의 성공을 응원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할 것이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목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고 애정또한 우정과 같아서

요란한 빛깔도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것이다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낀 아침 창문을 열다가

가을 하늘의 흰구름을 바라보다가 까닭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고 그도 그럴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는 때로는 울고 싶어지기도 하겠고 

내게도 울수 있는 눈물과 추억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다시 젊어질수 있는 추억이 있으나 

늙는일에 초조하지 않고 웃음도 만들어 낼것이다


냉면을 먹을 때는 농부처럼 먹을줄 알며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보다 품위있게

군밤을 아이처럼 까먹고 

차를 마실때는 백작부인보다 우아해지리라


우리는 푼돈을 벌기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을 것이며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 처럼

자유로운 제 모습을 잃지 않고자 서로를 격려하리라


우리는 누구도 미워하지 않으며

특별히 한두사람을 사랑한다 하여 많은 사람을 싫어하지 않으리라


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사서 그에게 안겨줘도

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고


건널목이 아닌데로 찻길을 건너도 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꼽이 끼더라도

이 사이에 고추가루가 끼었다고 해도

그의 숙녀됨이나 그의 신사다움을 의심치 않으며

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게다


우리의 손이 비록 작고 여리나 서로를 버티어주는 기둥이 될것이며

우리의 눈에 핏발이 서더라도 총기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 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 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 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라


같은날 또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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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겨울이면 제가 만드는 게 있습니다.

생강차, 유자차, 그리고 고구마 말랭이!

특히 호박고구마가 맛있어지는 12월이면 저희 집은 한 쪽에선 호박고구마를 찌고,한 쪽에선 건조기가 돌아가고, 한 쪽에서 채반에 고구마가 널부러져 있는 진풍경이 벌어진답니다.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SNS에 자랑삼아 사진을 등록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꼭 한 두분 만들어 보겠다는 분들이 생겨요. 그리고 며칠 후, 곰팡이가 슬어서 못먹게 되었다고 슬퍼하며 연락이 옵니다.


호박고구마 말랭이(꿀말랭이라며 판매되기도 하죠)는 말려 놓으면 당도가 더 높아지고, 쫀득쫀득해집니다. 마치 젤리와 같은 식감으로 바뀌지요. 그 맛이 중독성이 있어서 맛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맛 본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 건조되면서 칼로리도 함께 증폭되어 평소 몸이 마르셨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이번 겨울 호박고구마 말랭이를 드셔보세요. 봄이면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모습을 발견하고 기뻐하실겁니다!!!


꼭 호박고구마여야 하나? 네, 꼭 호박고구마여야 합니다.

호박고구마 말랭이를 만든지 어언 7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는 제 다년간의 경험으로 말씀드리자면.


★밤고구마 > 말리면 딱딱해집니다. 쫀득한 식감이 거의 없고, 고구마스틱을 먹는 것 처럼 뚝뚝 끊어서 먹어야 합니다. 이가 안좋으신 분들은 혹시나 치아가 상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굳이 밤고구마로 하신다면 정말 살짝 수분만 날리시고 드세요. 

★물고구마 > 건조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쫀득한 식감은 호박고구마보다 덜하지만 적당히 말랑거리거든요. 하지만 단맛이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물고구마도 너무 건조하진 마세요.

★호박고구마 > 말랭이계의 지존이죠. 수분이 날아가면서 달아지고, 또 특유의 섬유질이 말랑거리는 식감을 더해줍니다. 하지만 12월 말이 넘어가는 호박고구마는 비추해요. 고구마 속 섬유질이 심지처럼 질겨져서 말려도 맛이 없답니다. 12월초~중순에 구입하셔서 넉넉히 만들어 두시면 겨울이 든든할 거에요.


어짜피 껍질을 벗겨 가공해서 먹을 거기 때문에 꼭 예쁜 고구마를 살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오픈마켓에서 못난이 고구마 그 때 그 때 특가로 나온 것으로 10KG씩 구매합니다. 비싸고 맛있는 호박고구마는 그냥 먹어야죠...왜 말려요? ㅎㅎ


호박고구마 10KG


구입한 고구마는 빨리 박스에서 꺼낸 후 약간 시원한 곳(추운 곳 안됩니다!!)에 펼쳐진 신문지 위에 널어놓고 말립니다.

고구마는 정말 예민해서 춥거나, 습기차거나, 상처가 생기면 하루만에 하얀곰팡이를 피우며 썩습니다.

또 박스안에 그대로 두면 환기가 안돼요. 썩습니다. 

근처에 썩은 고구마가 있으면 옆에 고구마도 썩습니다.


힘들게 구매한 고구마가

_人人 人人_ > 돌연사 <  ̄Y^Y^Y^Y ̄


ㅎㅎ 그리고 보통 당일이나 하루 전에 캐서 보내는데, 펼쳐서 말리는 과정에서 수분이 날아가면서 좀 더 달아지고, 속이 주황빛으로 적당히 물든답니다. 구매후 3일~5일 정도 말린 후 드시는게 좋아요.


고구마는 감자와 달리 싹이나 뿌리가 난 것을 드셔도 되지만, 식감이 나쁘구요. 썩은 것은 드시면 안됩니다. 크게 도려내시거나 통으로 버려주세요.


자, 이제 고구마를 구매하셨다면, 깨끗히 씻어서 준비합니다.


호박고구마 준비


씻겨놓고 보니 정말 못났네요 ㅠ_ㅠ

이제까지 구매한 못난이 고구마 중 가장 못난이인 듯...엉엉 ㅠ_ㅜ 맛만 좋으면 됐죠.... 암요...



못난이 호박고구마 크기


큼직합니다! 하나만 먹어도 배부르겠는걸요. 하지만 이거 말리면 한 줌 거리.



호박고구마 찌기


고구마가 상당히 큰 관계로 반토박을 냈습니다. 그래야 속이 빨리 익지요^^

고구마 말랭이는 길쭉한게 보기도 좋으니되도록 긴 쪽으로 반토막을 내주세요.



호박고구마 찜


뚜껑을 덮고 푹푹 쪄냅니다. 군고구마처럼 쪄도 되구요(좀 더 답니다)~ 물에 담그고 삶으셔도 됩니다.(썰 때 힙듭니다)



보글보글


잘 끓고 있나..?



호박고구마 삶기


젓가락으로 속까지 찔러보아 부드럽게 들어가면 불에서 내립니다. 너무 익히면 썰 때 힘들어요. 물렁물렁~



호박고구마 속살


샛노랗고 주황빛이 살짝 도는 것을 보니 호박고구마가 분명합니다! ㅎㅎ

이 고구마를 껍질을 벗기고 손가락 마디 굵기로 채썰어서 건조기 채반에 앉히세요.


호박고구마 말랭이 만들기


이 정도가 딱 좋습니다. 맛있는 굵기!


호박고구마 말랭이 만들기


확대해서 보여드릴게요~ 조금 굵은 손가락 마디 굵기와 길이에요.



호박고구마 말랭이 건조기


식품건조기에서 60~70℃로 10~12시간 돌립니다.

저는 보통 61~62℃에서 12시간 돌립니다. 저온에 오랜시간 건조하는 게 사실 더 맛있습니다.

채 썬 굵기와 위치에 따라 건조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중간중간 채반 위아래를 바꿔주시구요, 심하게 마른건 미리 꺼내주세요. 너무 말라서 딱딱하면 맛없어요.


식품건조기가 없을 때는? 실온에서 하시면 됩니다. 저는 생선건조망에 넣어두고 낮에는 바람통하는 야외에서, 밤엔 집안에서 3-4일 걸쳐 말려서 먹기도 해요. 요즘은 스모그 때문에 그렇게 못하지만요.


실온에서 말릴 때는 더 얇고 작게 채썰어야합니다. 그리고 간격도 넓게 펼치시구요. 구멍이 큰 채망에서 말리셔야합니다. 호박고구마가 수분이 많아서 쉽게 마르지 않아 상하기도 할 뿐더러, 당도가 높아 벌레가 곰팡이가 쉬이 낍니다. 실온에서 말릴 때는 구멍넓은 채반에, 얇게, 간격 넓게! 잊지마세요.



호박고구마 말랭이


건조가 완료된 호박고구마 말랭이에요. 이게 1.3키로 정도 되는 양입니다. ㅎㅎㅎ

시중에서 파는 걸로 하면 10봉이상 뜯어서 모아야 이 정도 나올거에요.



호박고구마 말랭이


결이 살아있지요? 심하게 말라보이는데 씹어보면 쫀득합니다.



호박고구마 말랭이


그래서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호박고구마 말랭이


냠냠냠!!! 부드러운 속살이 끝내줘요 ^_________^



이상 한 장으로 요약하면? ↓


고구마 말랭이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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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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