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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은 너무도 화창하여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것 같은 그런 가을날 이었습니다. 

눈뜨자마자 아직 눈꼽또 떼지 못한 아이를 차에 싣고 파주 지혜의 숲에서 지혜의 피톤치드를 잔뜩 뿌려준 후 임진각으로 갔어요. 


오랫동안 머나먼 남도의 외갓댁에서 자라다가 서울로 올라온 저희 집 초딩에게 우리가 아직도 분단국가임을 가르쳐 주고 싶었죠.




하지만 오후 4시경의 임진각은 너무나 고단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고 빠져나가는 차만큼, 저녁의 평화로움을 즐기려는 차들이 밀려 들어와 주차를 위해선 저넓은 주차장을 뱅글뱅글 돌아 30분을 넘게 헤매야 했어요. 

차창으로 쏟아지는 지는 햇살은 뜨겁고 따갑고 아프더군요.



임진각에 오면 늘 한 번 쳐보고 싶은 평화의 종.

TV에서나 소리를 들었지, 실제로 들은 적은 없습니다. 



표지판을 읽어보니 단체의 경우 타종료를 납부하면 타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호기심 충만한 초딩이 돈을 납부하고 타종하자는 놀라운 제안을 했지만, 가난한 엄마는 가볍게 무시하지요...



끊어진 경의선 철길을 걸어봅니다. 

전쟁 전에는 이 철길이 신의주까지 이어져 있었다며, 한 때는 화물을 싣고 남과 북을 열심히 오갔을 철마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서울보다 더 가까운 개성.

하지만 마음의 거리는 더욱 먼 개성.



강건너가 북한이라고 하니 당장이라도 공산당이 강을 건너와 잡아갈까봐 잔뜩 겁은 먹은 아직은 초딩초딩한 아들녀석에게 무려 500원을 투자하여 망원경을 보여 주었습니다.

북한군을 기대했던 아들은 좀 실망한 표정이었지만, 강너머 꺽어지는 길과 연기가 피어오르는 수풀을 보았다고 합니다.




망원경을 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아주머니들이 다가오시더니

"이거는 북한 보여요?" 라고 물어봅니다. 

말투가 특이하여 저도 모르게 되물어 보았습니다. "네?"


구불구불한 길과 움막이 보인다고 하니 눈물을 글썽이며

"이거는 보인단다. 북한이 보인단다. 이리 와보라!" 합니다. 

그리운 고향을 눈으로나마 만나셨기를 바랍니다..




가깝지만 너무 먼 저 너머에서 있는 북한이 다음날 핵실험을 했다지요?

물론 위치는 호랑이 앞발에 가깝지만, 고즈넉한 평화를 깨는 북한 나빠요.

대한민국 초딩이 다 ~~~ 지켜봤답니다. 반성하세욧!



아직 세상을 모르는 초딩에게는 텅빈 논밭마저도 교육입니다. 

아침마다 본인 확인을 하고 들어가야 하는 농부들과 오히려 사람의 손길이 덜 닿아 동식물들이 보존되는 환경을 이야기해 주었어요. 자연에게 인간은 천적인가 봅니다...



평화누리 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그늘막을 치고 누웠어요.

가족단위의 나들이객들이 맑은 하늘을 보며 평화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번 토요일에 포크 콘서트가 있다고 하지요?

이 너른 평야에 쩌렁쩌렁 울릴 가을밤의 포크송과 풀벌레 소리가 벌써 기대됩니다. 

또 도로와 떨어져 있고 장애물이 많지 않아 마음껏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이 많았어요.


강아지는 뛰어 놀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연날리기에 여념 없네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선 초딩을 보니 눈이 시원해 집니다.

아 눈물은 아니고요...



한 쪽에선 달이 떠오르고,



한쪽에선 해가 저물어 갑니다. 


우리네 인생사도 이런 거겠죠.

한 때 열정적으로 살았던 저는 저물어가지만, 초딩은 이제 떠오르는 달님인걸요..



하늘을 가르는 독수리연이 진짜 독수리 같네요.



노을을 뒤로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우리에겐 평화롭고 한가한 일요일을 월요일처럼 쓰는 북한 때문에, 소란스러웠던 한 주였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하고,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각자의 이익을 앞세워 소리를 내고, 

결국 사드까지 배치되었네요.


모쪼록 이 위기가 잘 해결되어 남과 북이 함께 평화누리공원에서 연을 날리며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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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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