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한국인의 중간 연령이 41세라고 한다. 

어느새 나도 41살. 그간 많은 사랑하는 존재들을 떠나보내고 또 만났다. 어떤 인연은 '운명'이라고 생각하면서 반겼고, 또 어떤 인연은 '악연'이라며 밀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이별도 쉬운 것이 없었다. 악연이라고 밀어내는 일조차 내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가!



그 많은 인연들은 사람이기도 했고, 동물이기도 했고, 장소이기도 했고, 물건이기도 했다. 나와 시간와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면 모두 인연이 아닐까. 

그리고 좋은 인연들과 헤어질 때는 "다시 다른 모습으로 나를 만나러 와주길" 바랐다. 

나의 사랑하는 토끼 "캔디"가 갑자기 죽었을 때도, 나의 동생 같았던 "봄"이가 서울 작은 아빠네 집 사촌동생들 따라 갔다가 영영 이별을 하게 되었을 때도, 그리고 친했던 선배와 친구가 죽었을 때도,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아빠가 돌아가셨을 때도. 




길가다 우연히 마주치는 꽃 한 송이, 날 물끄럼히 쳐다보던 길고양이, 내리쬐는 햇볕을 가려주던 구름 한 조각도 사랑하던 이들이 아닐까 설레어 본 적이 있다. 

그런 나의 기분 좋은 상상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은 듯한 영화 <어떻게 헤어질까>. 

조성규 감독의 두 번째 영화이며, 제 20회 부천판타스틱 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초청작이다. 



지난 10월 2일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VIP시사회가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칼퇴와 함께 붕붕이를 힘껏 몰아 한강을 두 번이나 건너서야 간신히 포토타임 직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VIP시사회는 연예인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이번에는 서신애양한테 깜짝 놀랐는데, 방송에서는 좀 넙대대하게 나와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건만, 아니 실물은 인형이 따로 없었다! 방송국 카메라는 저 얼굴에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 ㅠㅠ


출연진들의 인사가 끝나고 103분의 판타지가 펼쳐졌다. 지난 번 <두 개의 연애>는 남자 주인공의 찌질함에 통쾌했다면, 이번 <어떻게 헤어질까>의 주인공인 남나비(서준영)는 정말 달콤했다. 고양이 속 영혼을 볼 수 있는 캐릭터지만, 실상은 강아지에 가깝다고 할까.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사실일게다.



남나비는 고양이들이 좋아할만한 직업을 가졌다. 바로 스시요리사. 비록 나중엔 스시 대신 해물탕을 끓이지만. ㅎㅎ 몸에서 나는 생선냄새를 고양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나는 왜 '첫키스만 50번째'가 떠올랐을까? 그 영화에서 드류 베리모어는 애덤 샌들러의 손에서 나는 생선냄새가 좋다고 했고, 거기서 부터 둘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남나비의 몸에서 나는 생선냄새는 고양이들이 유독 호감을 표현하는것에 대해 일반 인간들이 의심하지 않는 설득요소가 된다. 


여주인공인 박규리는 전작 <두 개의 연애>에 이어 이번에도 기자. 박규리의 차가운 듯 쓸쓸한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역할인 듯하다. (저런 미모의 기자라면 어떤 인터뷰도 성사시킬 듯!)


홀로 고양이 '얌마'와 사는 이정(박규리)의 옆집에 남나비가 이사오면서 영화가 시작이 된다.  



남나비의 절친인 김강현은 극중에서 어린이 교육교재를 개발하는 사람으로 나오는데, 어디서 많이 보던 캐릭터가? 우리집 초딩이 좋아하는 '처음교육'의 세이차트와 하뚱이가 아닌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착한 남자와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착한 남자의 우정이라니! 



여기서 나는 고양이가 처음교육의 세이펜을 물고 세이차트를 콕콕 찍어 인간과 대화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판타지라니, 그 정도의 상상은 허용되는 것 아닌가~ 배가 고플 때 FISH를 콕 찍고, 목욕이 하고플 때 BATH를 콕 찍고. 반려인간이 좋을 때는 LOVE를 찍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얌마의 마법 또는 마법의 술로 함께 살게 된 남나비와 이정의 행복에 갑작스럽게 들려온 얌마의 시한부 소식. 

이제 이들은 어떻게 이별을 받아들이고 헤어지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정의 아픈 상처를 남나비가 보듬어 줄 수 있을지? 

자세한 건 영화로 직접 보길 바란다. 자극적인 내용의 영화가 가득한 요즘, 이런 동화같은 이야기로 심신을 정화시킬 수 있는 기회랄까.. 서준영과 박규리의 비주얼 역시 정화요소.. ☞☜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예쁜 잔에 밀크티가 마시고 싶어졌다. 

바로 옆에 남나비 같은 이가 있으면 더 좋고, 얌마가 있으면 더더 좋고!! ♥



<어떻게 헤어질까(How to break up with my cat)>

각본/감독 : 조성규

출연 : 서준영, 박규리, 이영란, 김강현, 최희선, 백도빈

러닝타임 : 103분

개봉 : 2016년 11월 3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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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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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남자들은 첫사랑은 못 잊는다고. 물론 100%라는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랑의 무게가 모두에게 같지 않으니.




'남자는 정말 첫사랑은 못잊어요?' 윤주(채정안)가 인성(김재욱)에게 묻는다. 아마 이 질문은 다음에 등장하는 미나(박규리)가 인성의 첫사랑일거라는 추측을 하게 하는 부분이다. 


윤주와 인성은 업계의 동료이지만, 주변 지인들은 모르는 비밀 연애이다. 이건 아마 윤주가 인성을 못믿어서 였던 건 아닐까? 그만큼 인성은 잘생긴 외모와 실력을 갖춘 잘 나가는 감독이지만 남녀관계에 있어서 만큼은 영화 내내 못난 모습을 보여준다.


<두 개의 연애>는 인성에게 과거의 연인인 재일교포 미나가 취재동행 요청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황급히 끝난 옛날의 인연을 떠올리며, 그 사람이 말해준 강원도 강릉을 취재한다는 핑계로 동행을 요구한 미나. 그런 미나와 있다보니 과거의 연인 시절이 떠올라 처음의 젠틀한 마음은 사라지고 찌질함을 보여주는 인성.

갑자기 여행지로 찾아온 윤주, 그렇게 그 세 사람은 대면하게 되는데...



NAVER 영화 <두 개의 연애>상세페이지에 김재욱, 채정안, 박규리 셋이 함께 나온 사진은 이 것 한 장 뿐...



영화는 내내 인성의 찌질함을 바닥까지 긁어 보여준다. 

본인의 찌질함을 인지하는 순간 더 찌질해지는 인성와 그 모든걸 지켜보고 있는 민박집 주인 백도빈. 어쩌면 관객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은 백도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3자로 관계에 깊이 관여하지는 않지만 적절하게 개입하여 상황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양념같은 역할. 백도빈 캐스팅은 신의 한 수 였다. 



영화는 두 사람 때문에 웃는다. 김재욱의 찌질한 모습에서 웃고, 백도빈의 능청 연기에 또 웃고.



남자들은 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으나, 여자의 입장에서는 인성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너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 오니 오히려 동정심까지 유발된다고나 할까. 초반의 한껏 허세를 부리던 인성은 영화 막바지에는 그냥 심술쟁이 7살 아이가 되고 말았다.


사람의 찌질함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홍상수 감독이 떠올랐다. 잔잔하면서도 극적 재미를 주는 연출은 쉽지 않다. 조금만 한 쪽으로 치우쳐도 욕먹기 딱 좋다고나 할까. 마치 한식같다. 슴슴하게 간을 한 정갈한 한 끼 밥상. 일상에서 늘 받아 먹는 밥상이지만, 음식 하나 하나가 모여 조화롭기가 쉽지 않은 그 것 말이다.  그 간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조성규 감독의 영화에서도 그 생각이 났다.

다만 한식이라도 남도와 내륙의 음식이 다르듯 각자 다른 개성은 있으니, 그 것이 어떤 것인지는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할 것!



이 <두 개의 연애>는 2014년에 겨울에 제작된 영화라고 한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상영된 적은 있지만 공식적으로 개봉되는 건 거의 1년 반만이다. 

조성규 감독의 영화는 처음인데, 어쩌면 홍상수 이후 가장 마음에 드는 국내 영화 감독이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본인의 홍상수 영화 사랑이 지극하여.. ㅎㅎ)  특히 극중 미나역을 맡은 박규리는 정말 재일교포 같은 말투를 써서, 약간은 어설픈 연기를 대사와 눈빛으로 잘 소화해 낸 것 같다.


영화를 관람한 날은 개봉 직전 언론배급시사회 날이라 배우들은 모두 눈 앞에서 볼 수 있었다. 

물론 스쳐지났지만 ^^;; 하나 같이 눈부신 외모라 화면발이 안받는 다는 생각이 들었으니.. 스쳐지나는 지라 발사진 뿐이지만 아래에서 모두 볼 수 있다. 


조성규 감독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요즘 부산국제영화제도 시끄럽고, 한국영화계도 뒤숭숭하여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도 주욱 자신의 색을 보여주는 영화를 이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박규리와 김재욱. 잘 보면 채정안도 있음... ㅎㅎ


한지민은 정말 사진발 못받는 거임. 너무 예뻤다. 무슨 인형이 걸어 다니는 줄 ㅠㅠ


한지민님 이런 굴욕 사진도 아름다웁고요...


<두 개의 연애> 조성규 감독과 배우들(김재우, 채정안, 김규리) 그리고 스텝들의 무대 인사. 1년 반 만의 개봉이라 다들 벅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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