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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본격적인 노들텃밭 가꾸기가 시작되는 날.


전날 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주일전부터 준비한 비장의 카드를 꺼냈으니... 바로 2014년 최신 유행 꽃무늬 몸빼바지!

재래시장에서 단돈 5000원에 가져온 이 고운 아이는 최첨단 양쪽 지퍼 기능을 갖추고, 챠르르 떨어지는 감촉과 오염에 강한 바디를 가지고 있다.

"내일이면 이 아이를 입어볼 수 있구나.." 설레며 잠을 청했으나... 


한동안의 백수생활로 아침 8시에 일어나는 일이 힘에 겨워 결국 30분 지각!



올 해는 지방 선거가 있는 관계로 예년과 달리 그냥 조촐히 시농 시작 안내만 있었다고 한다.

작년의 돼지저금통 고사와 막걸리를 기대했는데. 꺼이꺼이.. ㅠㅠ 


일단 부랴부랴 노들텃밭 지도를 보고 찾아간 내 텃밭!



"여기에요! 여기가 제 밭이라구요!!!"


2평이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같은 팀끼리 2평인 줄 알았더니 각자 2평이었다. 구역을 나눈 얕은 고랑이 있긴 했지만, 땅 욕심 많은 일부 어르신들이 먼저와서 그 고랑을 임의로 마구 조정하는 바람에 일부 싸움이 있긴 했다. (왜 그러셨어요ㅠㅠ)


연 2만원에 2평의 내 땅이. 것두 도심 한복판에 생긴다는 건 정말이지 매력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삽과 쇠갈퀴가 동이 나서 할 수 없이 집에서 들고 온 꽃삽으로 열심히 땅을 파 봤지만...

잠시 후 우린 그저 다른 팀의 삽질을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소문이..


드디어 옆 팀에서 갈퀴질이 끝나고, 얼른 빌려서 땅고르기 시작!



이 총각에게 관심을 주세요. 애인구함!

방년 29세의 신체건강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하는 청년입니다. 제 텃밭 이웃이죠. 흠흠.


실은 삽질로 먼저 이랑을 내고, 갈퀴질 했어야하는데 갈퀴질을 먼저 하는 바람에. 그나마도 내 텃밭은 갈퀴질을 안해서 엉망. ㅠㅠ

저 사진 뒤로 보이는 아저씨들이 기가막히게 이랑을 만들고 흙을 다듬어 놓는 걸 보고 삽을 빌려서 뒤늦게 땅을 다듬어 봤지만, 계속해서 나타나는 돌(이라고 쓰고 바위라고 읽는다)들.



이렇게 큰 돌이 불쑥불쑥.


아마도 바깥 라인이라, 땅고를 때 흙 무너지지 마라고 쌓아둔 돌덩이들이 같이 뒤엉킨 모양. 나도 지지 않고 발굴한 돌덩이들로 벽을 쌓았는데, 지나던 아저씨들이 비오면 다 휩쓸려가게 쌓았다고 걱정을 하신다.



음.. 그렇게 부실한가. ㅠㅠ;;; 다음엔 막대기와 빨랫줄을 들고와서 금줄도 두를 예정. 돌은... 계속해서 보완할텐데, 누가 돌벽 잘 쌓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그래도 이렇게 땅을 다 고르고 나니 뿌듯함이!



좀 있으면 이렇게 파릇파릇 꽃과 싹이 자라겠지 :)



벌써 냉이도 이만큼이나 자랐다구~ 다음 주엔 모종도 심고, 냉이도 캘거라규~



집에 돌아와 텃밭 안내서를 보는데 노랑이 상큼하다! 후원해준 '우리은행' 땡큐합니다~



내 텃밭 가까이에 맹꽁이도 산다. 

화학비료 안되고, 대신 노들텃밭에서 분뇨 삭혀서 만든 밑거름 팔던데, 오늘든 그냥 흙만 골랐구, 다음 주에 갈퀴 다시 확보한 후 밑거름도 섞고 모종도 심을거다. 


근데, 오늘 가보니 혼자서 이 일을 다 하는 건 정말 힘들 듯. 삽질 2시간에 온 몸이 다 아프던데.

다음 주부터 혼자 할 생각을 하니 겁이 덜컥난다. 그 때 그 때 친구들을 꼬셔봐야겠다.



노들텃밭 지도. 

내 텃밭은 맹꽁이 서식지도 가깝고, 원두막도 가깝고, 화장실도 멀지 않다. 정말 신의 자리로 배정받은 듯.

삽질하다가 고개를 들었는데 눈 앞 5-6미터 앞에서 철새들이 떼를 지어 날아가는 풍경을 보았다. 진짜 감동이 온 몸을...쏴~~~

돌밭인건 차츰차츰 솎아내기로 하고.


다만 매년 새로 배정되고, 추첨을 하니 1년간 정성들여 가꾼 밭이 엎어지는 마음 아픔은 각오해야할 게다.


다음 주 준비물:

빨랫줄(나중에 꼭 회수할 것), 모종, 목장갑, 챙있는 모자, 밑거름, 씨감자, EM배양액


장차 준비할 것:

호미, 농사용고무신, 장화, 싸구려칼, 장대, 가위, 물통(식수 및 물주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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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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