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에 해당하는 글 1건


지난 2월 말, 미팅이 있어 시청 앞으로 나갔다가 봄날씨가 따뜻해서 청계천을 걸었어요.

포켓몬 '행복의 알'을 켜고 30여분을 걷다보니 어느새 세운상가에 도착했더라구요.

세운상가는 이사하기 전 조명을 구경하러 온 이후 약 1년 반만에 다시 찾았네요. 



세운상가는 종로3가와 퇴계로3가 사이에 있는 복합상가에요. 청계천을 통해서 가면 '세운교' 앞, 종로쪽에서 가면 '종묘' 앞에 위치해 있지요. 




세운상가는 1968년에 지어진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냥 상가만 입점해 있는데, 주상복합건물이라고 하면 주거도 가능했다는 거겠죠? 세운상가에서 구할 수 없는 전자제품과 부품이 없고, 또 기술자들이 모두 모여들어, 한 때는 이 분들이 힘을 합치면 '탱크'쯤은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자상가의 역사>라고 되어 있지만, 평일 낮이라서인지 상가내엔 사람들이 많지 않았어요. 

요즘은 왠만하면 인터넷으로 구매를 하기 때문에,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상가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네요. 


그래도 찾아오는 고객들을 위해 1시간 무료 주차를 실시하고 있어요. 주차장 구하기 힘든 청계천, 종로 인근이니 필요한 제품도 사고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도 팁이겠네요 ^^



평일 오후 4시쯤 이었는게, 너무 한가하네요...



세운상가 입구쪽에 있는 조명가게들은 그래도 지나는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서, 인테리어를 위해 찾으시는 분들이 많아 보였어요. 요즘 인테리어의 트렌드는 조명 아닙니까? ^^



한 바퀴 둘러보고 가려는데, 2층 옥상에 로봇 뒤통수가 보이네요. 

원래 세운상가에 로봇이 있었던가? 



로봇을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어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것 같은 간판이지만, 전자제품 디자인이 10년은 더 되어 보입니다. 



세운상가는 1층부터 4층까지 있어요. 제가 들어간 청계천 쪽에서는 1층이 계단 한 층을 내려가야 하는 구조입니다. 2층이 도매상가라고 하여 계단을 올라가 봤는데요...



가전제품이라고는 하지만 입구부터 노래방 기기들이 꽉 차 있습니다.



네, 요즘은 동전 노래방이 뜬다고 하네요. 기기 아래 깔린 '동전 노래방 성공전략' 제가 한 번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



요즘은 거의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다보니, 실제 방문고객보다는 택배상자가 더 많이 쌓여있었어요.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노란 비상계단을 지나 1층으로 내려가면..



가전 유통상가라고 되어 있는데, 오래된 구가전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저 핸드 청소기는 18년 전 제가 처음 서울 왔을 때 쓰던 거네요... 카이저 ^^;;



숨소리까지 녹음되는 녹음기와 신형 효도라디오, 구형 CD플레이어가 한 테이블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마치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풍경이랄까요?



건물 밖에는 각종 전자·기계 부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분명 문과생인데, 기계 부품만 보면 설레여서 눈돌아가는 저 인지라....



하마터면 전선들을 마구잡이 사들일 뻔 했어요. 

그러고보니...저 스위치가 땡기네요. ㅋ 어항 조명을 자작으로 만들어 봐야 겠습니다. 



역시 없는 게 없는 세운상가



낡아서 칠이 다 벗겨진 간판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이 장소에서 볼트를 판매하셨을 사장님.



세운상가는 50년이 지났지만, 지금봐도 세련된 건물이에요. 

당시로서는 얼마나 핫한 장소였을 지 새삼 짐작이 갑니다. 



원래 세운상가는 2009년 재개발이 예정되었었습니다. 

청계천이 복원되고, 주변 상가들이 멋진 건물들로 바뀌어 갈 때 였죠. 

그런데 바로 앞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재개발은 중단이 되었어요. 



대신 건물을 보수하고 주변을 정비하여, 과거와 미래를 공존하는 공간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합니다. 



걷는 도시 서울의 일환으로 세운상가에서 남산까지 걸을 수 있는 공중 보행길을 만든다고 해요. 

서울역 고가가 올 해 5월 '서울로 2017'로 개장을 하고, '다시 걷는 세운'이 완공되면 차와 길거리 구조물들에 치이지 않고도 서울을 마음껏 걸을 수 있을까요? 



다리가 세워진다면 바라볼 높이를 찾아 계단을 올라가 봤어요.



깜짝 놀랍도록 오래전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낡은 집들 저 너머로 고층 빌딩들이 보입니다. 



2층 옥상에서 바라 본 종묘는 봄기운이 가득했어요. 

과연 유네스코에 등재될 정도로 아름답네요. 

오른쪽에선 공사가 한참입니다. 



옥상에 올라서니 색다른 간판들이 보입니다. 



팝아트같은 이 가게는 젊은 예술가와 메이커가 함께 꾸민 공간이에요. 

색다른 재활용 작품을 만날수 있습니다.



복고다방 '에바다'에 가면 왠지 전축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것 같습니다. 



드디어 찾았네요! 꼭꼭 숨어 있던(?) 로보트. 

로봇의 이름은 '세봇'입니다. (세운상가의 '세'와 로봇의 '봇'의 합성어)

세봇은 세운상가의 장인들과 젊은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3D프린팅으로 만든 로봇이라고 해요.



구글플레이에서 '세운보물찾기'를 찾아 로봇을 비추면 증강현실이 구현된다는데...

여러분은 지금 최첨단 세운상가에서 아이폰을 차별하는 현장을 보고 있으십니다. ㅠㅠ



제가 간 날 세봇 건너편에는 '세운을 실험하다'라는 팝업 갤러리가 오픈했었어요.

기간도 짧은데다 홍보도 안되어 찾는 이들이 거의 없어 민망했지만...



2017년 6월 세운상가에 '세운전자박물관'이 생긴다는 정보를 득템했습니다. 

저 구멍을 들여다보면 40~50여년 동안 이 곳 세운상가를 지켜온 상인과 장인들의 인터뷰를 볼 수 있었어요.



폐가전도 꽃과 함께 있으면 작품이 되나 봅니다. 



세운산도를 활용한 공기청정기 제작기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방문객이 밀려들어서 저는 옆으로 이동했어요. 



이 것은..? 국민학교 때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과학기술사, 아카데미과학 같은 곳의 전자제품 키트 팜플렛이네요. 

저 장치들을 만들고 싶어서 엄마를 그렇게 졸랐는데, 엄마는 가시나가 무슨 전자제품을 만지냐며 기겁을 하셨...



제가 가장 만들어 보고 싶었던 '거짓말 탐지기' 정말 신기했어요....

생각해보면 조잡한 장난감 수준이었겠지만... 그 제품들이 세운상가에서 뻗어 나왔군요?



남학생들을 설레게 했던 아카데미과학교재사의 프라모델....



지금 세운상가는 메이커스를 모집하고 있어요. 사회적기업이나 청년기업들이 관심을 가져볼만 하네요.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모태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젊은이들...  응원합니다!~

탱그 아니라 우주선도 만들 수 있을 듯!



50년의 세월은 세운상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공사 자재와 장비들이 가득한 세운상가 여기 저기는 낡아서 위험해 보이는 시멘트 계단과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어요.



하지만 과거는 부끄럽거나 촌스럽거나 지워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 새로운 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세운상가.

안전하고 멋있어질 외관과 그 속을 꽉 채울 장인과 메이커스들의 콜라보가 기대되네요.


세봇·로봇처럼 말이죠..

'다녀왔습니다! > 여행과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핵의 위기 속에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 다녀왔습니다.  (2) 2017.09.08
초딩방학 마무리는 닉베세이 엑스레이맨  (0) 2017.09.04
[석조전 미디어파사드] 문화가 있는 날 만난 낭만에 대하여  (0) 2016.07.29
[트래블라이브러리] 5월의 임시공휴일엔 영국 여행을 떠나볼까요?  (4) 2016.04.29
[감천마을] 오래된 산동네가 부산의 핫플레이스로 (사진 많음 주의)  (0) 2016.04.28

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