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사이가 15년만에 재개봉 되었습니다.


쥰세이와 아오이이 사랑이야기인 냉정과 열정 사이는 두 명의 일본작가가 여자의 시점과 남자의 시점에서 책을 써서 더 유명하지요. 평으로는 준세이의 시점에서 책을 쓴 블루가 더 재밌다고 합니다. 



영화는 책보다 못하다는 평이 있지만, 다른 건 몰라도 OST와 두오모 성당에서 내려다보는 피렌체의 풍경이 책 그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두오모 성당 출처 : Skyscanner 페이스북


내용에 대해 잠깐 말해 볼까요. 서로에게 첫사랑인 쥰세이와 아오이는 오해로 인해 헤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각자의 삶을 살면서 각자 다른 연인과 사귀고 있죠. 아오이는 사귄다기 보다는 동거 중이지요. 일본에서 시작되고 끝난 사랑이지만, 각자 비슷한 시기에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거주하며 재회하게 됩니다. 


이태리 거부인 마빈과 부족함 없이 살고 있는 모습에, 특히 그들을 연결한 것이 준세이 할아버지의 그림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고 돌아온 쥰세이는 자신이 복원 중인 그림에 문제가 생긴 것을 알게 됩니다. 아오이에 대한 배신감과 장래에 대한 회의감으로 일본으로 돌아온 준세이 옆에는 징징거리긴 하지만 누구보다 쥰세이를 사랑하는 매미가 있었죠.


하지만 그 두 커플은 모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쥰세이와 아오이의 이기적인 사랑 때문인데요. 마빈과 매미의 사랑이 쥰세이와 아오이만 못하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둘 다 마음에 첫사랑을 담아둔 채로 다음 연인에게 상처만 준 셈입니다. 



사랑의 감정이란 게 냉정하게 제어가 되면 그게 사랑일까요. 사랑은 냉정하지 않은 열정이니까요. 하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한다고, 사랑이란 것도 서로의 무게가 같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인가 봅니다. 


영화는 결국 두오모 성당 돔에서 두 주인공이 재회하면서 클라이맥스를 찍습니다. 두 연인이 만나는 그 순간보다, 광장에서 듣는 첼로곡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볼만한 것은 두오모돔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피렌체의 풍경일 것입니다. 


너무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피렌체의 모습은 과거에 매여있는, 헤어진 그 시간 이후로도 성장하지 못하고 감정의 나이가 멈추어버린 그 두 연인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혹자는 돈많은 남친 마빈에게 빌붙어 아르바이트나 하며 고급기생처럼 사는 아오이를 질타하고, 매미의 사랑을 거절하지도 않고 희망 고문하며 옆에 둔 쥰세이를 욕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연인에게 오랜 시간동안 좌절감과 상처를 주었지만 그래도 그 둘을 완전히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봅니다. 



이 영화를 보는 묘미는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일본인 작가, 일본인 감독답게 디테일함까지 챙긴 것을 찾는 재미일 겁니다.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을 챙기고, 소품들과 배경을 보는 것 등 사소한 것까지 즐거움을 줍니다. 


어쩌면 배경이 이태리지만 일본을 여행하는 느낌을 드는 것도 그런 일본영화 특유의 장치들이 많기 떄문이겠지요.



저는 광화문 스폰지하우에서 이 '냉정과 열정사이'를 봤는데, 다 보고 삼성생명 타워까지 텅 빈 거리를 걷는 내내 영화의 여운이 남아 몽롱했습니다.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늘 쫓기는 기분입니다만, 작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면 왠지 더 영화의 감동이 진해지는 느낌이에요. 


더욱 더 큰 화면, 더욱 더 자극적인 장면, 더욱 더 화려만 영상만을 찾다가 오랜만에 냉정과 열정사이를 보고 나니 저도 15년 전 그 때 20대로 타임머신한 기분이네요.


언제까지 개봉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봐도 촌스럽지 않은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보시고 잠시 피렌체로 시공간을 넘는 여행을 떠나보세요. 돌아 나오는 길에 마음 속에 잊혀진 첫사랑을 떠올려 보는 건 옵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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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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