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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MBC 『파워매거진 충북』의 「테마여행 충북」의 여행 게스트로 선정되어 충북 청주에 당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청주에 거주하고 있으신 서예가 이희영님과 조각가부부이신 김태덕·조미애 부부조각가를 만나뵙고 왔어요.  김태덕·조미애 조각가는 홍대 출신의 CC로 한국 조각계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분이십니다.


이희영 서예가님과의 만남은 앞 선 포스트에 정리를 했습니다. 

혹시 못보신 분들은 이 글을 읽기 전, 또는 읽은 후 계속해서 보실 수 있어요~

[청주 여행(1)]전통 한지 체험, 연꽃 키우는 서예가 이희영님을 만나다. 



이희영 서예가님을 만나뵙고, 청원 운암리에 있는 김태덕·조미애 부부조각가의 작업실로 가서 맛있는 올갱이 국을 먹었습니다.^^ 충청도가 올갱이국이 유명하잖아요. 이 올갱이국이 경북에서는 고디탕, 서울/경기에서는 다슬기탕으로 불리는 거 아세요? 경남에서는 잘 먹지 않지만, 다슬기를 고동이라고 한답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방언의 세계에요. ㅎㅎ


▲ 국물이 진한 올갱이국. #먹스타그램



식당에서 세상 어디에서도 듣지 못할 김태덕 조각가님과 조미애 조각가겸 심리치료사 선생님의 연애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최진호 리포터의 이야기 끌어내는 실력은 존경스러울 정도!

선생님 화내고 있으신 것 같지만, 진지하게 이야기 하시는 중이세요.... ㅎㅎ

정말이지 이번 여행 후 전 김태덕 조각가님의 팬이 되어버렸답니다. 너무 진솔하셔~



작업실로 다시 이동하니 이 귀염둥이 세 녀석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제일 앞에 있는 삽살개 믹스견은 나이도 가장 많거니와 성격도 사납고 의뭉해서 제대로 집을 지킨다고 합니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나요? 뒤의 빠삐용 닮은 녀석과 부부지간이에요. 흠흠. 각방 쓰는거니?

이번 여름에 이 부부가 새끼 5마리를 낳느라고 김태덕 조각가님께선 하루도 이 곳을 비우지 못했다고 해요. 그 노력의 결과물인 꼬물이 다섯마리 사진을 제게 보여주시며 자랑(?)하시는데, 긴장의 끈이 탁 풀어지는 순간이었죠^^ 예술가들이라고 까칠하다는 편견은 버려주세요!!



예전에는 길가에 이렇게 조각 작품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길에 조각 작품이 나와 있으니 지나가던 행인들이 계속 뭐하는 곳인가 싶어 찾아 들어와 작업에 몰두할 수가 없어 이렇게 마당으로 옮겨놓으셨다고 해요. 덕분에 마당이 하나의 전시장.


심지어 김태덕 조각가님의 작품 중 '파리'를 소재로한 것들이 많은데 그 '파리(FLY)' 조형물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도 했다고. 씁쓸....


김태덕 조각가님의 작품은 전시장에 있을 때도 멋지지만 자연, 환경과 어우러졌을 때 더욱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항아리처럼 만들어져 있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데, 나쁜 사람이 들어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나가!' 라고 외칠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인 듯, 스핑크스 아닌, 스핑크스 같은 너.


김태덕 조각가님의 작품은 여러 주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돌팔매' 시리즈에요.


마치 저 작은 돌이 단단한 대리석을 파고든 것 같은 느낌.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하지 않나요? 

작업장에서 그 표현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실 정경은 정말 멋졌어요. 부부가 나란히 앉아 차 한잔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는 의자.

그 앞에 유유히 흐르는 강.

▲ 같이 앉아 늙어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마당엔 작품과 꽃, 열매가 어우러져 한 가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흔히 보기 힘든 '꽈리'를 보니 반가움이 물씬. 어렸을 때 저 꽈리 열매를 껌처럼 씹으며 '꽉꽉' 거리곤 했는데요. 요즘애들은 모르겠죠?


작은 돌 하나도 그냥 놓여진 것이 아닌, 두 조각가님의 손길이 닿아 작품이 되었습니다. 제가 발로 찍어도 작품이 될 저도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조각상이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건 국산대리석으로 만든 것으로 조각가님이 대학생때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어머나, 귀한 작품! 조각가님의 초기작품이라 팔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들으셨는데, 팔지 않으신다고하니 참고하세요^^

이 작품은 나중에 아이 데리고 다시 놀러와서 보여주고 싶어요~

참고로 국산대리석은 수입 대리석과는 질감이 완전히 틀리다고 합니다. 국산은 이렇게 돌같이 느껴지는 거침고 투박함이 있는 반면, 수입은 매끈하게 표현된다며 직접 비교해 주셨어요. 아, 이게 진짜 현장 교육입니다. 미술도 현장교육이 필요해요. 교실에서 백날 사진보고 배워봤자,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만지는 것만 못하지요.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길은 창고를 통과합니다.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있는 이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랬어요. 조각가의 창고는 제가 아는 창고가 아니라 먼지 하나까지도 전시되는 전시장이군요. 밟지 않게 조심조심 지났습니다.


세상 빛을 기다리는 작품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주문을 받아 처음엔 하나만 제작했는데, 결과물을 보고 갑자기 5개를 더 제작해달라고 해서 힘드셨다는 작품입니다. 1개를 목표로 제작할 때와 5개를 목표로 제작할 때는 그 방법이 틀리다고 하네요.

만드신 두상이 사진 속 인물과 닮았죠? 실물 없이 사진만 가지고 인물을 조각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라네요.

작가도 그냥 표현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똑같았습니다. 클라이언트와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속에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는 거죠. 왜 매체에서 예술가는 일방통행인 사람들로 표현되는지?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환경에서 일하시고, 커뮤니케이션에 유능하신데 말이지요.



작업장은 탁트인 외부에 있었습니다.

공구를 들고 작업해야 하다보니 이런 외곽이 편하시다고 해요. 기계를 종일 돌려도 이웃에 폐가 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작품 특성상 무거운 돌이라 한 번 옮길 때마다 손실이 어마어마한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사를 다녀야하는 도시에서는 작품활동 한다는 게 보통일이 아닐 듯 합니다. 괜히 자연 속에서 작품활동 하시는게 아니네요^^; (도시의 조각가들은 어디서 작업 하시나요?)



돌팔매 시리즈 중 한 작품을 만들고 있으십니다. 곧 세상 빛을 볼 작품이죠. 저렇게 끌과 정으로 하나하나 다 파내십니다. 

제 눈에는 그냥 두드리시는 것 같아도 모두 머릿속에 있는 형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과정이에요.

이런건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네요. 하루만 지나도 어제의 아이디어를 잊어버리곤 하는데, 어떻게 세세한 걸 다 기억할까요...




한 켠에 쌓인 이 돌무더기들은 그간의 작품의 결과물입니다. 

작품의 면들이 너무 매끈해서 편평한 돌 위에 작품을 만들어 붙인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큰 덩어리의 돌을 다 파내고 갈아서 만드시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런 돌무더기를 만드셨겠지요.

▲ 돌가루와 조각의 높이만큼 훌륭한 조각품들이 탄생했다.


집 안엔 전시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조각상은 조명으로 다시 한 번 완성이 된다고 하죠. 조명이 있고 없고, 그리고 조명의 위치와 밝기, 색에 따라 작가가 표현하고자하는 것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 공간은 작가님들의 작품을 잘 드러내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네요.


작가님 부부의 작품은 청주를 비롯 충북 일대의 랜드마크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가끔 건물이나 주변 환경의 변화에 의해 처음 의도를 살리지 못하는 위치에 있게 되어 아쉬워하셨어요. 조각상의 무게 때문에 쉬이 옮길 수 없는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조명이 없다고 해서 작품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김태덕 작가님의 새로운 주제, '사과드립니다.'

말 그대로 사과를 주신답니다.

그 사과는 사과(Apology)일 수도 진짜 사과(Apple)일 수도 있겠죠? ^^



조미애 조각가님은 현재 조각가 보다는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이에요.

김태덕 조각가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태리 거주시절엔 많은 작품활동을 했으나 국내로 돌아오면서 한국 사회 속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 고통스러워 하셨다고 합니다.(뭔지 알 것 같아...) 그 과정에서 조각이 아닌 심리학을 다시 공부하셨고, 미술을 통한 심리치료를 시작하셨다네요.



조미애 선생님의 그 심리적 갈등과 어려움은 작품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단절된 느낌. 그러나...



지금은 잠시 조각 활동을 멈추었지만, 다시 조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올거라고 하셨어요.

언제일까요? 그 때는 이 단절됨이 아닌 다른 메시지로 만나겠지요. 이왕이면 길게 이어진 튼튼한 희망의 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덕 조각가님의 작품의 주제는 크게 돌팔매, 파리, 눈, 사과로 나뉘어요.

물론 다른 주제일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 4가지 주제죠.


이 작품은 최진호 리포터가 먹먹하다고 한 돌팔매 중 한 작품입니다.

상처를 입으면서도 굳게 다물고 있는 입과 질끈 감은 눈이 더 서럽게 느껴졌어요. 고행자 같은 숭고함, 아픔도 같이 느껴집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이 건 파리 시리즈 중 하나인데, 사진이 영....ㅜㅜ

머리 속에 파리가 있습니다.

파리는 세상 사람들이 다 싫어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존재합니다. 가장 더러운 곳에서부터 가장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까지. 그렇지만 모두가 싫어하는 존재.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파리가 붙어 있는 곳이 바로 메시지입니다. 


다른 작품에 쓰였던 파리 조형물인데, 자꾸 없어져서 조각가님이 따로 챙겨두셨다고 해요.

완전 귀여워요. 정말 파리처럼 어디에도 붙을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ㅎㅎ


그리고 또 하나의 주제, 눈.

여기에도 파리는 존재합니다.(오른쪽에서 3번째 작품)


전 특히 이 작품에 꽂혀서 질문도 여러번하고, 주의깊게 보았어요.

빨갛게 부어오른 혓바닥. 가운데에도 입을 다룬 작품이 있는데 그건 너무나 아름다운 입이었거든요.

근데 왜 이 작품은 고통스러운가... 작가님의 설명은............ '파워매거진'을 참고하십시오~ ㅎㅎ


거실도 작품 공간같지요? 그러나 저 많은 조각상들 중 일부는 바로...


큰 조형물의 모형들입니다.

대형 작품 제작 전 설명을 하기 위한 견본 만든건데, 대개 석고로 뜨지만 조각가님은 직접 대리석에 조각을 하셔서 제작하셨다고 합니다. 


샘플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 작가 정신! 배워야하지 않을까요? 괜히 명장이 아니신거죠.


촬영 중 김태덕조각가님이 제안을 하셨어요.

부부가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고, 한 컷 찍어달라고 하셨어요. 다른데서 찍은 사진은 못쓴다고.


근데 얼굴이 너무 굳으셨어요. 힘든 작업(돌을 깍고, 옮기는...)을 주로 하다보니 인상이 굳어버리셨다고 하네요. 왠지 슬픈 직업병 ㅠㅠ 그래도 10분만 이야기해보면 참 따뜻하신 분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게 찍어달라고 하셨는데, 사진을 망칠까봐 무서워 최진호 리포터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최진호 리포터님도 청주에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시거든요! 개인전을 하면 꼭 가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다음 번엔 최진호 리포터 개인전을 보러 청주에 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조각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는 건, 테마공원에 간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아직 세상이 만나지 못한 작품과 그 과정을 미리 본다는 건 짜릿하네요. 


참 즐겁고 신났던 청주MBC 파워매거진 촬영. 지역방송이라 타지역분들은 보지 못하시겠지만, 인터넷으로라도 관심있게 지켜볼게요~ 


※ 이 글은 청주MBC의 '테마여행 충북' 코너에 참가한 후기입니다. 촬영과 관련한 소정의 출연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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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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