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들이라면 '김광석' 그 이름 한 자락만으로도 아쉬움과 그리움을 함께 느낄 것입니다. 뭐 하나 풀리는 것 없던 찌질한 20대 초반의 무게를 안고 지친 몸으로 돌아온 제게 라디오에서 들리던 김광석 사망 소식은 만우절 농담 같은 것이었죠. (장국영은 그래서 만우절날 떠났나 봅니다..) 


고3 우울한 10대의 후반을 동물원 노래를 들으며 보냈고, 새내기이던 시절 학과실에서 만난 김광석은 내가 아는 그 동물원 속 보컬이 아니라 사실은 노찾사의 영광스러운 시간을 함께한 투사였음을 알았고, 김광석 다시부르기는 언제나 가방 속 필수품이었죠.


그런 그가 떠난지 20년. <김광석을 보다 展>으로 실로 오랜만에 재회했습니다. 



김광석님 전시회는 대학로와 종로5가 사이 홍익대 아트센터 지하에서 열리고 있어요. 홍익대만 보고 정말 2호선타고 홍대로 가심 안됩니다^^;;; 




표값은 성인 12,000원, 중고등 10,000원, 그 이하는 8,000원인데 표를 들고 매표소 바로 옆으로 가면 신분증을 맡기고 이렇게 '가이드'를 빌릴 수 있습니다. 각 섹션에 가면 자동으로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 놓았는데, 콘서트에서 관객들과 이야기 나누던 토크 내용 중 섹션에 맞는 것만 편집해 놓았어요. 

아마 비콘을 활용한 거겠죠? (직업병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득한 김광석과 딸의 사진과 함께 <김광석을 보다> 전시의 취지가 나와 있습니다. 신현림 시인의 글이 마음에 파고 드네요... 



김광석 하면 이 할리데이비슨일 것입니다. 마흔살이 되면 꼭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여행을 떠나겠다고... 마흔이라는 꿈을 못 이루고 떠난 김광석님과 달리 저는 10대 코흘리개에서 어느새 마흔을 넘겨버렸네요. 





김광석이라는 존재를 세상에 알리게 된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녹두꽃. 

아마 운동권이 아니었어도 노찾사는 다들 알고 들었을 겁니다. 편견을 내려놓고 들으신다면 정말 주옥같은 노래들이 많아요. 더불어 꽃다지도요. ^^;




동물원 1집. 당시 노래연습장에서 <거리에서>를 안부른 청춘들이 있답니까?



직업병이라... 저 당시 음반을 사면 들어있던 가사집 속 쿠폰과 팬클럽 가입신청서가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은 mp3로 듣고 싶은 곡만 사는 시절이니 팬과 소통하기 위해 음반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좀 덜하지만, 저 때는 핫한 아이템이었죠. 팬클럽은 아니더라도 각 음반 가사집에 들어있는 신청서에 내 신상을 적어 보내면 가끔 소식지가 날아오곤 했답니다. ^^




김광석님이 직접 쓴 악보. 기타 악보네요. 아 그렇군요. 그렇죠... 김광석님은 늘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르셨으니까요.



이렇게 말이죠...^^



김광석님과 어울렸던 지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안치환님과 박학기님은 빠질 수 없겠죠.

김광석을 통해서 그 당시 대중음악계, 음악인들의 과거 등을 알 수 있어 재미있었어요. 추억에도 빠져보고.



누구일까요? 소방차의 정원관일까요? 아닙니다. 작곡가 김형석님이에요. ㅋㅋㅋ

지금과 사뭇다른 젊은 시절! 지금은 거거거물이지만 저 땐 애기애긔 하시네요^^



전시장은 꽤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이렇게 김광석 공연 모습을 판테이블처럼 볼 수 있게 해 놓았어요.

아 제가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자동으로 돌아가구요.. 노래하는 모습, 그의 노래 가만히 서서 듣고 보는 즐거움이 있네요.




사실 이 날은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였어요.

날이 날이라서인지 '그날들' 앞에서 전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습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죠.

살아계셨다면... 아마도 유가족들을 위해 노래 불러주셨을 분인데.

무심코 듣던 가사가 쿡쿡 가슴을 쑤시던 날이었어요.




오랫동안 불교방송에서 DJ를 하셨기에 팬레터와 신청곡엽서를 보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어쩌면 관람객 중에 저 많은 엽서와 편지의 주인공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김광석님이 앉아 쉬고, 추억을 쌓았던 소파와 그의 컬렉션들입니다. 미술에도 조예가 깊었고, 팝에도 관심이 많았네요.




저 당시에 월수익이.. 음.. 역시 우리랑 클라스가 다른 분. 

그래서 사망이후 막대한 재산과 저작권 때문에 여러가지 이야기가 오갔죠. 가장 상처 받은 건 가족들이었을 겁니다....





김광석하면 이 그림. 다시부르기 앨범의 김광석 캐리커쳐인데 원본을 볼 수 있어요.

화가가 김광석님 친구인 이창우님이었다네요...



하나같이 사연이 없는 곡들이 없습니다. 

묘비에도 가사가 새겨졌다는 '일어나'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등병의 편지' 등...

몰랐던 이야기들을 보면, 짧은 그러나 내용은 방대한 소설을 읽은 듯 장면장면들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생각보다 PR에도 적극적인 분이었구요^^




궂은 날씨 속인데도 많은 관람객들이... 





1000회 공연, 그리고 그가 만들어 낸 수많은 기록들.




가수라면 누구나 기타치며 하모니카 불 수 있는 지 착각하게 했던 카랑카랑한 하모니카 소리가 귀에 들리는 것 같아요. 저 하모니카도 주인을 그리워 하겠죠.

 


한 면을 가득 채운 그의 친필 악보들.



김광석 기타로 알려진 마틴 M-36

마틴 본사에서 한정판 <김광석 시그니처 마틴 스페셜 에디션>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 애호가들과 팬들한테는 꼭 갖고 싶은 에디션이겠네요. 기알못은 찌그러지고 갑니다. ㅎㅎㅎ




그 와중에 반가운 '나우누리 둥근소리'

요즘 세대는 나우누리가 뭔 지도 모르겠죠? 하하 옛날사람... ㅠㅠ


학생들의 김광석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


좋은데이 소주 로고를 쓰신 캘리그라피스트 최루시아


그리고 이외수 작가.


많은 예술계의 꿈나무와 기둥들이 나서서 작품을 전시했습니다. 김광석님을 모티브로 했네요. 많은 작품중 캘리만큼 김광석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요...



김광석님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찎어줄 사람이 없어서 머뭇머뭇하다가 그냥 돌아섰네요 ^^;





김광석님께 메시지를 남길 수 있어 한 장 써서 붙이고 왔습니다. 



이 가운데 있겠죠? 전시 가실 분은 찾아보세요~ 제 글씨. ㅎㅎ



전시를 마무리하고 나오면 작은 극장이 있어 김광석 공연 영상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못보았던 길거리 공연 모습이네요.

저 땐 언제 일까요?


전시는 총 8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01. 젊은 날의 꿈이여 / 02. 나의 노래 / 03. 나른한 오후 / 04. 서른즈음에

05. 1000회 공연, 신화를 쓰다 / 06. 부치지 않은 편지 / 07. 그대가 기억하는 내 모습 / 08. 고리카페


전 '나의 노래'와 '서른 즈음에'가 가장 좋았네요. 

아마 제가 잘 아는 김광석이 있기 떄문일 거예요.



전시를 위해서 바이닐 LP를 한정판으로 팔고 있었어요.

<김광석 다시부르기 ⅠⅡ>가 담긴 2LP 인데, 한정판이라 혹~했으나 우리집엔 턴테이블이 없으므로 마음을 접고 Best CD만 한 장 사들고 왔습니다. 차에서 들으려구요.



정말 김광석님 손글씨인지 모르겠지만 손글씨로 빽뺵히 적힌 가사집이 함께 동봉되어 있구요.

다시부르기 일러스트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만족합니다. 


여전히 일찍 떠난 한 천재 음악가가 그립고 아쉬운 밤.

당분간은 김광석에 빠져 살 것 같습니다. 


★ 전시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 (B1)

★ 전시 기간 : 2016.04.01 ~ 06.26

★ 관람 시간 : 오전 11시 ~ 오후 8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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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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