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MBC 『파워매거진 충북』의 「테마여행 충북」의 여행 게스트로 선정되어 충북 청주에 당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청주에 거주하고 있으신 서예가 이희영님과 조각가부부이신 김태덕·조미애 부부조각가를 만나뵙고 왔어요.  김태덕·조미애 조각가는 홍대 출신의 CC로 한국 조각계의 큰 축을 이루고 있는 분이십니다.


이희영 서예가님과의 만남은 앞 선 포스트에 정리를 했습니다. 

혹시 못보신 분들은 이 글을 읽기 전, 또는 읽은 후 계속해서 보실 수 있어요~

[청주 여행(1)]전통 한지 체험, 연꽃 키우는 서예가 이희영님을 만나다. 



이희영 서예가님을 만나뵙고, 청원 운암리에 있는 김태덕·조미애 부부조각가의 작업실로 가서 맛있는 올갱이 국을 먹었습니다.^^ 충청도가 올갱이국이 유명하잖아요. 이 올갱이국이 경북에서는 고디탕, 서울/경기에서는 다슬기탕으로 불리는 거 아세요? 경남에서는 잘 먹지 않지만, 다슬기를 고동이라고 한답니다. 참으로 재미있는 방언의 세계에요. ㅎㅎ


▲ 국물이 진한 올갱이국. #먹스타그램



식당에서 세상 어디에서도 듣지 못할 김태덕 조각가님과 조미애 조각가겸 심리치료사 선생님의 연애담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이지 최진호 리포터의 이야기 끌어내는 실력은 존경스러울 정도!

선생님 화내고 있으신 것 같지만, 진지하게 이야기 하시는 중이세요.... ㅎㅎ

정말이지 이번 여행 후 전 김태덕 조각가님의 팬이 되어버렸답니다. 너무 진솔하셔~



작업실로 다시 이동하니 이 귀염둥이 세 녀석이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제일 앞에 있는 삽살개 믹스견은 나이도 가장 많거니와 성격도 사납고 의뭉해서 제대로 집을 지킨다고 합니다. 카리스마가 느껴지나요? 뒤의 빠삐용 닮은 녀석과 부부지간이에요. 흠흠. 각방 쓰는거니?

이번 여름에 이 부부가 새끼 5마리를 낳느라고 김태덕 조각가님께선 하루도 이 곳을 비우지 못했다고 해요. 그 노력의 결과물인 꼬물이 다섯마리 사진을 제게 보여주시며 자랑(?)하시는데, 긴장의 끈이 탁 풀어지는 순간이었죠^^ 예술가들이라고 까칠하다는 편견은 버려주세요!!



예전에는 길가에 이렇게 조각 작품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길에 조각 작품이 나와 있으니 지나가던 행인들이 계속 뭐하는 곳인가 싶어 찾아 들어와 작업에 몰두할 수가 없어 이렇게 마당으로 옮겨놓으셨다고 해요. 덕분에 마당이 하나의 전시장.


심지어 김태덕 조각가님의 작품 중 '파리'를 소재로한 것들이 많은데 그 '파리(FLY)' 조형물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도 했다고. 씁쓸....


김태덕 조각가님의 작품은 전시장에 있을 때도 멋지지만 자연, 환경과 어우러졌을 때 더욱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항아리처럼 만들어져 있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데, 나쁜 사람이 들어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나가!' 라고 외칠 것 같습니다. 스핑크스인 듯, 스핑크스 아닌, 스핑크스 같은 너.


김태덕 조각가님의 작품은 여러 주제가 있는데, 그 중 하나인 '돌팔매' 시리즈에요.


마치 저 작은 돌이 단단한 대리석을 파고든 것 같은 느낌.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하지 않나요? 

작업장에서 그 표현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작업실 정경은 정말 멋졌어요. 부부가 나란히 앉아 차 한잔 나누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는 의자.

그 앞에 유유히 흐르는 강.

▲ 같이 앉아 늙어간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마당엔 작품과 꽃, 열매가 어우러져 한 가족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특히 요즘은 흔히 보기 힘든 '꽈리'를 보니 반가움이 물씬. 어렸을 때 저 꽈리 열매를 껌처럼 씹으며 '꽉꽉' 거리곤 했는데요. 요즘애들은 모르겠죠?


작은 돌 하나도 그냥 놓여진 것이 아닌, 두 조각가님의 손길이 닿아 작품이 되었습니다. 제가 발로 찍어도 작품이 될 저도니까요.^^


개인적으로 이 조각상이 마음에 들어서 한참을 들여다 봤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어서요.

이건 국산대리석으로 만든 것으로 조각가님이 대학생때 만든 작품이라고 합니다. 어머나, 귀한 작품! 조각가님의 초기작품이라 팔라고 하는 말을 많이 들으셨는데, 팔지 않으신다고하니 참고하세요^^

이 작품은 나중에 아이 데리고 다시 놀러와서 보여주고 싶어요~

참고로 국산대리석은 수입 대리석과는 질감이 완전히 틀리다고 합니다. 국산은 이렇게 돌같이 느껴지는 거침고 투박함이 있는 반면, 수입은 매끈하게 표현된다며 직접 비교해 주셨어요. 아, 이게 진짜 현장 교육입니다. 미술도 현장교육이 필요해요. 교실에서 백날 사진보고 배워봤자,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만지는 것만 못하지요.


작업장으로 이동하는 길은 창고를 통과합니다. 

창고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있는 이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랬어요. 조각가의 창고는 제가 아는 창고가 아니라 먼지 하나까지도 전시되는 전시장이군요. 밟지 않게 조심조심 지났습니다.


세상 빛을 기다리는 작품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주문을 받아 처음엔 하나만 제작했는데, 결과물을 보고 갑자기 5개를 더 제작해달라고 해서 힘드셨다는 작품입니다. 1개를 목표로 제작할 때와 5개를 목표로 제작할 때는 그 방법이 틀리다고 하네요.

만드신 두상이 사진 속 인물과 닮았죠? 실물 없이 사진만 가지고 인물을 조각한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라네요.

작가도 그냥 표현하는 게 아니라, 우리와 똑같았습니다. 클라이언트와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속에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는 거죠. 왜 매체에서 예술가는 일방통행인 사람들로 표현되는지?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환경에서 일하시고, 커뮤니케이션에 유능하신데 말이지요.



작업장은 탁트인 외부에 있었습니다.

공구를 들고 작업해야 하다보니 이런 외곽이 편하시다고 해요. 기계를 종일 돌려도 이웃에 폐가 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작품 특성상 무거운 돌이라 한 번 옮길 때마다 손실이 어마어마한데,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사를 다녀야하는 도시에서는 작품활동 한다는 게 보통일이 아닐 듯 합니다. 괜히 자연 속에서 작품활동 하시는게 아니네요^^; (도시의 조각가들은 어디서 작업 하시나요?)



돌팔매 시리즈 중 한 작품을 만들고 있으십니다. 곧 세상 빛을 볼 작품이죠. 저렇게 끌과 정으로 하나하나 다 파내십니다. 

제 눈에는 그냥 두드리시는 것 같아도 모두 머릿속에 있는 형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과정이에요.

이런건 일반인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네요. 하루만 지나도 어제의 아이디어를 잊어버리곤 하는데, 어떻게 세세한 걸 다 기억할까요...




한 켠에 쌓인 이 돌무더기들은 그간의 작품의 결과물입니다. 

작품의 면들이 너무 매끈해서 편평한 돌 위에 작품을 만들어 붙인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큰 덩어리의 돌을 다 파내고 갈아서 만드시는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이런 돌무더기를 만드셨겠지요.

▲ 돌가루와 조각의 높이만큼 훌륭한 조각품들이 탄생했다.


집 안엔 전시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조각상은 조명으로 다시 한 번 완성이 된다고 하죠. 조명이 있고 없고, 그리고 조명의 위치와 밝기, 색에 따라 작가가 표현하고자하는 것을 그대로 담아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이 공간은 작가님들의 작품을 잘 드러내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네요.


작가님 부부의 작품은 청주를 비롯 충북 일대의 랜드마크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데, 가끔 건물이나 주변 환경의 변화에 의해 처음 의도를 살리지 못하는 위치에 있게 되어 아쉬워하셨어요. 조각상의 무게 때문에 쉬이 옮길 수 없는 탓도 있겠지요. 하지만 조명이 없다고 해서 작품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김태덕 작가님의 새로운 주제, '사과드립니다.'

말 그대로 사과를 주신답니다.

그 사과는 사과(Apology)일 수도 진짜 사과(Apple)일 수도 있겠죠? ^^



조미애 조각가님은 현재 조각가 보다는 미술심리치료사로 활동 중이에요.

김태덕 조각가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태리 거주시절엔 많은 작품활동을 했으나 국내로 돌아오면서 한국 사회 속 여성이란 존재에 대해 고통스러워 하셨다고 합니다.(뭔지 알 것 같아...) 그 과정에서 조각이 아닌 심리학을 다시 공부하셨고, 미술을 통한 심리치료를 시작하셨다네요.



조미애 선생님의 그 심리적 갈등과 어려움은 작품속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습니다.

단절된 느낌. 그러나...



지금은 잠시 조각 활동을 멈추었지만, 다시 조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올거라고 하셨어요.

언제일까요? 그 때는 이 단절됨이 아닌 다른 메시지로 만나겠지요. 이왕이면 길게 이어진 튼튼한 희망의 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덕 조각가님의 작품의 주제는 크게 돌팔매, 파리, 눈, 사과로 나뉘어요.

물론 다른 주제일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 4가지 주제죠.


이 작품은 최진호 리포터가 먹먹하다고 한 돌팔매 중 한 작품입니다.

상처를 입으면서도 굳게 다물고 있는 입과 질끈 감은 눈이 더 서럽게 느껴졌어요. 고행자 같은 숭고함, 아픔도 같이 느껴집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느끼시나요?



이 건 파리 시리즈 중 하나인데, 사진이 영....ㅜㅜ

머리 속에 파리가 있습니다.

파리는 세상 사람들이 다 싫어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존재합니다. 가장 더러운 곳에서부터 가장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까지. 그렇지만 모두가 싫어하는 존재.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파리가 붙어 있는 곳이 바로 메시지입니다. 


다른 작품에 쓰였던 파리 조형물인데, 자꾸 없어져서 조각가님이 따로 챙겨두셨다고 해요.

완전 귀여워요. 정말 파리처럼 어디에도 붙을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ㅎㅎ


그리고 또 하나의 주제, 눈.

여기에도 파리는 존재합니다.(오른쪽에서 3번째 작품)


전 특히 이 작품에 꽂혀서 질문도 여러번하고, 주의깊게 보았어요.

빨갛게 부어오른 혓바닥. 가운데에도 입을 다룬 작품이 있는데 그건 너무나 아름다운 입이었거든요.

근데 왜 이 작품은 고통스러운가... 작가님의 설명은............ '파워매거진'을 참고하십시오~ ㅎㅎ


거실도 작품 공간같지요? 그러나 저 많은 조각상들 중 일부는 바로...


큰 조형물의 모형들입니다.

대형 작품 제작 전 설명을 하기 위한 견본 만든건데, 대개 석고로 뜨지만 조각가님은 직접 대리석에 조각을 하셔서 제작하셨다고 합니다. 


샘플 하나도 허투루 만들지 않는 작가 정신! 배워야하지 않을까요? 괜히 명장이 아니신거죠.


촬영 중 김태덕조각가님이 제안을 하셨어요.

부부가 같이 찍은 사진이 없다고, 한 컷 찍어달라고 하셨어요. 다른데서 찍은 사진은 못쓴다고.


근데 얼굴이 너무 굳으셨어요. 힘든 작업(돌을 깍고, 옮기는...)을 주로 하다보니 인상이 굳어버리셨다고 하네요. 왠지 슬픈 직업병 ㅠㅠ 그래도 10분만 이야기해보면 참 따뜻하신 분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게 찍어달라고 하셨는데, 사진을 망칠까봐 무서워 최진호 리포터님께 부탁드렸습니다. 

최진호 리포터님도 청주에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시거든요! 개인전을 하면 꼭 가겠다고 약속을 했으니 다음 번엔 최진호 리포터 개인전을 보러 청주에 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조각가의 작업실을 방문한다는 건, 테마공원에 간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아직 세상이 만나지 못한 작품과 그 과정을 미리 본다는 건 짜릿하네요. 


참 즐겁고 신났던 청주MBC 파워매거진 촬영. 지역방송이라 타지역분들은 보지 못하시겠지만, 인터넷으로라도 관심있게 지켜볼게요~ 


※ 이 글은 청주MBC의 '테마여행 충북' 코너에 참가한 후기입니다. 촬영과 관련한 소정의 출연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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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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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청주MBC 『파워매거진 충북』의 「테마여행 충북」의 여행 게스트로 선정되어 충북 청주에 당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청주에 거주하고 있으신 서예가 이희영님과 조각가부부이신 김태덕·조미애 조각가 부부님을 만나뵙고 왔어요. 

평소 손그림과 손글씨를 끄적거렸던 인연으로 그 날 하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근사한 경험을 하고 왔네요^^ 여행기를 공유합니다~


솔뫼 이희영 조각가님은 청원 금관숲 인근에서 연꽃 농사를 지으시며, 전통 한지를 손수 만드시는 서예가에요. 단순히 농사짓는 서예가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 20년 이상된 연륜과 실력, 그리고 전통을 이어가며 현대의 다양한 문화현상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뛰어난 예술가입니다.

◈관련링크 : 사진으로 보는 서예가 솔뫼 이희영 2013 개인전 相 (http://iddawe.tistory.com/329)



금관숲에서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오니 흐드러진 연꽃밭이 펼쳐져 있더군요.

자색 연의 화려함과 달리 백련은 청초하고 고고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 넓디 넓은 연꽃밭에서 연꽃을 송이송이 따고 있으신 이희영 서예가님 발견!

이른 아침부터 고생하신다 했더니, 연꽃은 비오는 날에도, 흐린 날에도, 땡 볕에도 채취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활짝 피기전의 연꽃을 봉오리 째 따서 가공해 얼린 후 차로 마시면 그 향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연꽃잎을 말려서 만드는게 아니라 송이째로 냉동을 해야하기에 상품/중품/하품에 따라 가격차가 꽤 난다고 들었는데, 서예가님의 연꽃은 단연코 상품이네요. 햐아~



▲ 2리터 주전자에 연화를 우려내고 있다.

연화차는 피를 맑게 해주어, 노화방지와 자양강장, 해독효과가 탁월하다고 합니다.



이희영 서예가님이 제게 연꽃  한 송이를 주셨는데, 향기가 이제 까지 맡았던 어떤 꽃향기보다 진하고 상쾌했습니다. 전생에 선녀였나요? 연꽃 향을 맡으니 머리가 맑아지고 차분해지는 기분이었어요.^^



해가 중천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면 연화 채취가 어렵다고 하여, 가까이에 있는 <솔뫼 전통 한지 연구소>로 이동했어요.

청주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하늘이 두꺼운 구름으로 잔뜩 흐렸는데, 솔뫼 이희영 서예가님을 뵙고나니 이렇게 파란 하늘로 바뀌었습니다! 날씨를 지배하는 자~



이 곳은 솔뫼 이희영 서예가님의 한지 작업장이에요. 가끔 전통 한지만들기 체험교실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각종 거대한 기구들이 가득하네요.


작업실 밖에는 햇볕에 닥나무가 마르고 있었고,


작업실 안에는 전통 한지를 만드는데 필수 요소인 닥풀이 건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전통한지는 닥나무 하나로만 만드는 걸로 알고 있었던 분 손!! 저요 저요...ㅠㅠ)/

왼쪽이 닥나무이고, 오른쪽이 닥풀인데요~(닥풀 꽃은 꼭 접시꽃 처럼 생겨서 너무 이뻐요^^)

전통한지는 이 두가지 식물을 이용해서 만들어요.

닥나무의 섬유질과 닥풀의 끈적거리는 접착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 그게 바로 한지가 되지요. 선조들은 이런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종이와 인쇄술이 문명의 척도인데, 우리 선조들의 이 뛰어난 지혜를 우리가 잘 계승해야 할 텐데요.


닥나무는 통째로 찐 후, 껍질(흑피)를 벗깁니다. 벗기고 난 속의 섬유질(백피)는 다시 삶아서 부드럽게 만듭니다. 쪄낸 닥나무는 방망이로 충분히 두드려 섬유질을 갈기갈기 분리해요. 사방으로 튀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요령껏 잘 두드려야하는데, 역시 다듬이질 좀 해본 여자분들이 잘 두드리신다고 해요.


저도 백피를 두드리며 스트레스 좀 풀었답니다.슈퍼맨 ㅋㅋ


▲ 두드리자. 두드리자. 나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 엉덩이라고 생각하며 신나게 두드리자.


잘 말린 닥풀은 물에 비벼서 불린 후 장화신을 발로 빨래 밟듯 밟아줍니다.

그럼 끈적거리는 풀물이 우러나는데요, 진짜 공작용 풀처럼 미끈거리고 끈적거리는 풀물이 만들어져요. 

적당하게 잘 우려내야 한지의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이 풀물은 쉽게 쉬기 때문에 한지 만들기 직전에 제작해야해요. 역시나 전통을 이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에요.

▲ 닥풀을 보고 있으니, 왠지 황기삼계탕이 먹고 싶어진다.


풀물이 적당히 우러나면, 아까 두드려둔 백피와 합체합니다. 


오늘은 저만 체험을 하기 때문에 작은 통에 했구요, 평소엔 대중 목욕탕 욕조만큼이나 큰 통에 제작을 하신다고 합니다.

백피가 잘 풀어지도록 손으로 한 올 한 올 비벼서 풀어줍니다.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한지가 거칠어져요.

닥풀물은 거름망에 걸러서 불순물이 없도록 해줍니다. 색이 누렇지만 마르면 백자처럼 하얗게 될 거에요.^^


이제 한지를 만들어 봅시다.

백피와 닥풀의 혼합액체에 특수 제작한 대나무 틀을 넣고 섬유질을 퍼 올립니다.

잘 흔들어 편평하게 만든 후 건조대에 붙이면 끝! 햇빛에 건조해야 빨리 건조하고 좋은 한지가 만들어진다고 해요.

전통을 이어가는 건 자연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 지구를 살려야하는 이유지요)


저도 만들어 봤는데, 솔뫼 이희영 서예가님이 제작하신 한지와 너무 차이가 납니다. ㅎㅎ

그래도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하셨는데요, 이 기회에 청주로 내려가서 전통한지를 계승할까요? 

즐거워



한지체험을 마치고, 청주 시내에 있는  솔뫼 서예연구실로 이동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 잡은건 이 많은 도장들!



유명한 예술가분들의 낙관을 여기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개개인의 특징에 맞는 낙관을 맞춤으로 전각해주신다고 해요. 유명한 서예가시라 요즘 쇼핑센터 안에서 흔히 파주는 도장에 비해 확실히 비싸지만, 평생을 소장하는 자신의 분신이니 충분한 값어치가 있어요.

단순한 도장이 아니라 예술품 하나를 가지는 거니까요.



전각하시는 작업대. 모여만 있어도 하나의 공간 예술 같습니다.

때로는 전각 작품을 활용한 작품도 제작하신다고 해요. 


연륜이 느껴지는 공간.





서예가는 어떤 붓을 쓰는지 물어봤어요.

대장장이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혹시나 비슷한 붓 한 자루 있으면 저도 아류작 하나 만들 수 있을까란 기대감에? 하지만 거의 주문 제작을 하신다고 하네요. 붓만해도 백여개는 훌쩍 넘을 듯 합니다.





붓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그 귀한 말총 붓도 있지만, 이런 실험적인 붓도 있어요. 바로 짚단을 엮어서 만든 붓! 이 붓은 퍼포먼스를 할 때 주로 쓰신다고 합니다.

▲ 팔순의 노인네 머릿결같은 한 올 한 올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서글퍼진다.


작업실 한 켠에 있는 다반.

제일 위에 있는 벼루의 사방신은 직접 전각하신 또 다른 작품입니다. 이거 원 모조리 탐나니 어쩌죠? ^^




오전에 거두신 연꽃은 한 송이 한 송이 다듬어 포장해 이렇게 냉동합니다.

판매도 하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연락을 취해보시면 어떨까요? 아 근데 명함을 못받아 왔다. ㅠㅠ



연밥을 말리니 이 자체로 하나의 공예품이 되었습니다. 

말라도 이렇게 튼튼한 줄기라니. 연(蓮)은 그야말로 섬유질 덩어리군요!


작업실 한 켠에 지난 전시회때 전시되었던 작품들이 걸려있습니다.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들이에요.

많은 작품에서 보이는 글과 시들은 박희선 시인의 작품들인데요, 바로 이희영 서예가님의 와이프되신다고 하네요. 부창부수~ 부부가 같이 작업을 하다니 참말로 멋집니다^^




전통 한지를 직접 만들어서 좋은 점은,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도 있지만 비싼 한지를 직접 공수할 수 있단 것과 함께 다양한 한지를 만들어 작품에 활용할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이게 바로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지의 결에 따라 먹이 번지는 모양이 이 자체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네요. 예술가는 관찰력 또한 뛰어나야 하나봅니다.


▲운풍뇌우, 글자 한 자 한 자가 사람의 얼굴이다.


거울에도 그려진 글귀, 거울을 보며 반성하게 만듭니다.



솔뫼 이희영 서예가님이 저희 앞에서 직접 작품을 써 주셨는데요, 그냥 사진으로만 볼 때는 느낄 수 없는 전율이 느껴졌어요. 글씨 한 자 한 자가 제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거라.

흙처럼 진실한 사랑을 주고 받거라.

천천히 가거라..



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먹의 번짐과, 그 것을 활용한 작품을 보여주시기 위해 작품 중 하나를 활용한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바로 '사람'


사람과 사람은 빨간 혈관을 타고 상대의 가슴에 물을 들입니다.

'사람'이라는 단어는 이희영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단어라고 해요.



모든 촬영과 일정을 마치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한 침향. 제가 향을 좋아하는데, 침향을 보는 순간 침이 꼴깍 넘어 갔습니다^^;;

워낙에 귀하고 비싸서 전 침향은 켤 엄두도 못내고, 인사동에서 바로 아랫단계의 향을 사서 쓰거든요.

마음을 가라 앉히는데는 전통향만한 게 없습니다.


백련의 금술만 모아 직접 주물에 볶아 만드신 백련금술차.

한 팩에 7만원 가량이나 한다는데 개봉해서 저희에게 한 모금 주셨어요.

첫 잔은 단호박같은 구수함과 박하의 청량함이, 두 번째 잔은 고소하면서 은은한 단 맛이, 세 번째 잔은 화수분 특유의 단 맛이 가득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마셔보았어요!!

▲ 백련금술차


갑자기 퍼붓는 소나기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아, 차를 하나 더 꺼내오셨습니다.

이건 더더더 귀한 차에요. 한 팩에 십 몇만원 하는...+_+

녹차인데요, 그냥 녹차가 아니죠.


연꽃안에 구증구포한 장인이 만드신 귀한 녹차를 넣고 2년간 숙성시킨 차입니다.



발효차인지라, 뜨거운 물을 넣으니 기포가 올라오네요.


이 차는 녹차의 차가운 성질과 연화차의 따뜻한 성질이 서로 중화가 되어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앓이를 하지 않는다고 해요. 게다가 녹차맛에 연화 특유의 상쾌한 향이 더해져, 청량함이 느껴졌어요.

상상이 가시나요? 녹차에서 청량함이라니...


처음 뵈었을 때, 담배를 피시길래 제가 집에 담배로 인해 뇌출혈이 온 환자가 있다고 건강을 생각해 금연하시라고 조심히 말씀 드렸었거든요~ 헤어질 때 그 걸 기억하시고 이 귀한 차를 제게 선물로 주셨어요.

동맥경화와 당뇨에 좋은 차라며, 마치 친정엄마가 딸 챙겨주시듯 챙겨주셨어요..ㅠㅠ 감사합니다.


청주MBC와 함께한 청주의 예술가를 만다는 당일 여행!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구요, 김태덕·조미애 조각가 부부와의 만남은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청주 여행 2] 마음을 치유하는 부부조각가 김태덕·조미애 선생님 계속 보기 


※ 이 글은 청주MBC의 '테마여행 충북' 코너에 참가한 후기입니다. 촬영과 관련한 소정의 출연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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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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