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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청주MBC 『파워매거진 충북』의 「테마여행 충북」의 여행 게스트로 선정되어 충북 청주에 당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청주에 거주하고 있으신 서예가 이희영님과 조각가부부이신 김태덕·조미애 조각가 부부님을 만나뵙고 왔어요. 

평소 손그림과 손글씨를 끄적거렸던 인연으로 그 날 하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근사한 경험을 하고 왔네요^^ 여행기를 공유합니다~


솔뫼 이희영 조각가님은 청원 금관숲 인근에서 연꽃 농사를 지으시며, 전통 한지를 손수 만드시는 서예가에요. 단순히 농사짓는 서예가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빙산의 일각일 뿐. 20년 이상된 연륜과 실력, 그리고 전통을 이어가며 현대의 다양한 문화현상에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는 뛰어난 예술가입니다.

◈관련링크 : 사진으로 보는 서예가 솔뫼 이희영 2013 개인전 相 (http://iddawe.tistory.com/329)



금관숲에서 더 깊은 산 속으로 들어오니 흐드러진 연꽃밭이 펼쳐져 있더군요.

자색 연의 화려함과 달리 백련은 청초하고 고고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 넓디 넓은 연꽃밭에서 연꽃을 송이송이 따고 있으신 이희영 서예가님 발견!

이른 아침부터 고생하신다 했더니, 연꽃은 비오는 날에도, 흐린 날에도, 땡 볕에도 채취할 수가 없다고 하네요. 활짝 피기전의 연꽃을 봉오리 째 따서 가공해 얼린 후 차로 마시면 그 향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연꽃잎을 말려서 만드는게 아니라 송이째로 냉동을 해야하기에 상품/중품/하품에 따라 가격차가 꽤 난다고 들었는데, 서예가님의 연꽃은 단연코 상품이네요. 햐아~



▲ 2리터 주전자에 연화를 우려내고 있다.

연화차는 피를 맑게 해주어, 노화방지와 자양강장, 해독효과가 탁월하다고 합니다.



이희영 서예가님이 제게 연꽃  한 송이를 주셨는데, 향기가 이제 까지 맡았던 어떤 꽃향기보다 진하고 상쾌했습니다. 전생에 선녀였나요? 연꽃 향을 맡으니 머리가 맑아지고 차분해지는 기분이었어요.^^



해가 중천으로 올라오기 시작하면 연화 채취가 어렵다고 하여, 가까이에 있는 <솔뫼 전통 한지 연구소>로 이동했어요.

청주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하늘이 두꺼운 구름으로 잔뜩 흐렸는데, 솔뫼 이희영 서예가님을 뵙고나니 이렇게 파란 하늘로 바뀌었습니다! 날씨를 지배하는 자~



이 곳은 솔뫼 이희영 서예가님의 한지 작업장이에요. 가끔 전통 한지만들기 체험교실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각종 거대한 기구들이 가득하네요.


작업실 밖에는 햇볕에 닥나무가 마르고 있었고,


작업실 안에는 전통 한지를 만드는데 필수 요소인 닥풀이 건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전통한지는 닥나무 하나로만 만드는 걸로 알고 있었던 분 손!! 저요 저요...ㅠㅠ)/

왼쪽이 닥나무이고, 오른쪽이 닥풀인데요~(닥풀 꽃은 꼭 접시꽃 처럼 생겨서 너무 이뻐요^^)

전통한지는 이 두가지 식물을 이용해서 만들어요.

닥나무의 섬유질과 닥풀의 끈적거리는 접착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면 그게 바로 한지가 되지요. 선조들은 이런 걸 어떻게 알았을까요? 종이와 인쇄술이 문명의 척도인데, 우리 선조들의 이 뛰어난 지혜를 우리가 잘 계승해야 할 텐데요.


닥나무는 통째로 찐 후, 껍질(흑피)를 벗깁니다. 벗기고 난 속의 섬유질(백피)는 다시 삶아서 부드럽게 만듭니다. 쪄낸 닥나무는 방망이로 충분히 두드려 섬유질을 갈기갈기 분리해요. 사방으로 튀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요령껏 잘 두드려야하는데, 역시 다듬이질 좀 해본 여자분들이 잘 두드리신다고 해요.


저도 백피를 두드리며 스트레스 좀 풀었답니다.슈퍼맨 ㅋㅋ


▲ 두드리자. 두드리자. 나 괴롭히는 나쁜 사람들 엉덩이라고 생각하며 신나게 두드리자.


잘 말린 닥풀은 물에 비벼서 불린 후 장화신을 발로 빨래 밟듯 밟아줍니다.

그럼 끈적거리는 풀물이 우러나는데요, 진짜 공작용 풀처럼 미끈거리고 끈적거리는 풀물이 만들어져요. 

적당하게 잘 우려내야 한지의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이 풀물은 쉽게 쉬기 때문에 한지 만들기 직전에 제작해야해요. 역시나 전통을 이어간다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에요.

▲ 닥풀을 보고 있으니, 왠지 황기삼계탕이 먹고 싶어진다.


풀물이 적당히 우러나면, 아까 두드려둔 백피와 합체합니다. 


오늘은 저만 체험을 하기 때문에 작은 통에 했구요, 평소엔 대중 목욕탕 욕조만큼이나 큰 통에 제작을 하신다고 합니다.

백피가 잘 풀어지도록 손으로 한 올 한 올 비벼서 풀어줍니다.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한지가 거칠어져요.

닥풀물은 거름망에 걸러서 불순물이 없도록 해줍니다. 색이 누렇지만 마르면 백자처럼 하얗게 될 거에요.^^


이제 한지를 만들어 봅시다.

백피와 닥풀의 혼합액체에 특수 제작한 대나무 틀을 넣고 섬유질을 퍼 올립니다.

잘 흔들어 편평하게 만든 후 건조대에 붙이면 끝! 햇빛에 건조해야 빨리 건조하고 좋은 한지가 만들어진다고 해요.

전통을 이어가는 건 자연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우리 지구를 살려야하는 이유지요)


저도 만들어 봤는데, 솔뫼 이희영 서예가님이 제작하신 한지와 너무 차이가 납니다. ㅎㅎ

그래도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하셨는데요, 이 기회에 청주로 내려가서 전통한지를 계승할까요? 

즐거워



한지체험을 마치고, 청주 시내에 있는  솔뫼 서예연구실로 이동했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 잡은건 이 많은 도장들!



유명한 예술가분들의 낙관을 여기서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개개인의 특징에 맞는 낙관을 맞춤으로 전각해주신다고 해요. 유명한 서예가시라 요즘 쇼핑센터 안에서 흔히 파주는 도장에 비해 확실히 비싸지만, 평생을 소장하는 자신의 분신이니 충분한 값어치가 있어요.

단순한 도장이 아니라 예술품 하나를 가지는 거니까요.



전각하시는 작업대. 모여만 있어도 하나의 공간 예술 같습니다.

때로는 전각 작품을 활용한 작품도 제작하신다고 해요. 


연륜이 느껴지는 공간.





서예가는 어떤 붓을 쓰는지 물어봤어요.

대장장이는 연장탓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혹시나 비슷한 붓 한 자루 있으면 저도 아류작 하나 만들 수 있을까란 기대감에? 하지만 거의 주문 제작을 하신다고 하네요. 붓만해도 백여개는 훌쩍 넘을 듯 합니다.





붓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그 귀한 말총 붓도 있지만, 이런 실험적인 붓도 있어요. 바로 짚단을 엮어서 만든 붓! 이 붓은 퍼포먼스를 할 때 주로 쓰신다고 합니다.

▲ 팔순의 노인네 머릿결같은 한 올 한 올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서글퍼진다.


작업실 한 켠에 있는 다반.

제일 위에 있는 벼루의 사방신은 직접 전각하신 또 다른 작품입니다. 이거 원 모조리 탐나니 어쩌죠? ^^




오전에 거두신 연꽃은 한 송이 한 송이 다듬어 포장해 이렇게 냉동합니다.

판매도 하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연락을 취해보시면 어떨까요? 아 근데 명함을 못받아 왔다. ㅠㅠ



연밥을 말리니 이 자체로 하나의 공예품이 되었습니다. 

말라도 이렇게 튼튼한 줄기라니. 연(蓮)은 그야말로 섬유질 덩어리군요!


작업실 한 켠에 지난 전시회때 전시되었던 작품들이 걸려있습니다.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들이에요.

많은 작품에서 보이는 글과 시들은 박희선 시인의 작품들인데요, 바로 이희영 서예가님의 와이프되신다고 하네요. 부창부수~ 부부가 같이 작업을 하다니 참말로 멋집니다^^




전통 한지를 직접 만들어서 좋은 점은, 전통을 이어나가는 것도 있지만 비싼 한지를 직접 공수할 수 있단 것과 함께 다양한 한지를 만들어 작품에 활용할 수 있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이게 바로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지의 결에 따라 먹이 번지는 모양이 이 자체로 하나의 작품을 만드네요. 예술가는 관찰력 또한 뛰어나야 하나봅니다.


▲운풍뇌우, 글자 한 자 한 자가 사람의 얼굴이다.


거울에도 그려진 글귀, 거울을 보며 반성하게 만듭니다.



솔뫼 이희영 서예가님이 저희 앞에서 직접 작품을 써 주셨는데요, 그냥 사진으로만 볼 때는 느낄 수 없는 전율이 느껴졌어요. 글씨 한 자 한 자가 제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거라.

흙처럼 진실한 사랑을 주고 받거라.

천천히 가거라..



한지에 따라 달라지는 먹의 번짐과, 그 것을 활용한 작품을 보여주시기 위해 작품 중 하나를 활용한 시범을 보여주셨어요. 바로 '사람'


사람과 사람은 빨간 혈관을 타고 상대의 가슴에 물을 들입니다.

'사람'이라는 단어는 이희영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단어라고 해요.



모든 촬영과 일정을 마치고, 마음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귀한 침향. 제가 향을 좋아하는데, 침향을 보는 순간 침이 꼴깍 넘어 갔습니다^^;;

워낙에 귀하고 비싸서 전 침향은 켤 엄두도 못내고, 인사동에서 바로 아랫단계의 향을 사서 쓰거든요.

마음을 가라 앉히는데는 전통향만한 게 없습니다.


백련의 금술만 모아 직접 주물에 볶아 만드신 백련금술차.

한 팩에 7만원 가량이나 한다는데 개봉해서 저희에게 한 모금 주셨어요.

첫 잔은 단호박같은 구수함과 박하의 청량함이, 두 번째 잔은 고소하면서 은은한 단 맛이, 세 번째 잔은 화수분 특유의 단 맛이 가득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마셔보았어요!!

▲ 백련금술차


갑자기 퍼붓는 소나기가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아, 차를 하나 더 꺼내오셨습니다.

이건 더더더 귀한 차에요. 한 팩에 십 몇만원 하는...+_+

녹차인데요, 그냥 녹차가 아니죠.


연꽃안에 구증구포한 장인이 만드신 귀한 녹차를 넣고 2년간 숙성시킨 차입니다.



발효차인지라, 뜨거운 물을 넣으니 기포가 올라오네요.


이 차는 녹차의 차가운 성질과 연화차의 따뜻한 성질이 서로 중화가 되어 아무리 많이 마셔도 배앓이를 하지 않는다고 해요. 게다가 녹차맛에 연화 특유의 상쾌한 향이 더해져, 청량함이 느껴졌어요.

상상이 가시나요? 녹차에서 청량함이라니...


처음 뵈었을 때, 담배를 피시길래 제가 집에 담배로 인해 뇌출혈이 온 환자가 있다고 건강을 생각해 금연하시라고 조심히 말씀 드렸었거든요~ 헤어질 때 그 걸 기억하시고 이 귀한 차를 제게 선물로 주셨어요.

동맥경화와 당뇨에 좋은 차라며, 마치 친정엄마가 딸 챙겨주시듯 챙겨주셨어요..ㅠㅠ 감사합니다.


청주MBC와 함께한 청주의 예술가를 만다는 당일 여행!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구요, 김태덕·조미애 조각가 부부와의 만남은 다음 편에서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청주 여행 2] 마음을 치유하는 부부조각가 김태덕·조미애 선생님 계속 보기 


※ 이 글은 청주MBC의 '테마여행 충북' 코너에 참가한 후기입니다. 촬영과 관련한 소정의 출연료를 받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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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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