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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옆 동네 감천동 산동네가 어느날부터 인터넷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하더니 이제 대표적인 부산의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감천동은 부산에서도 좀 특별한 곳이긴 했어요. 근처에 감천항이 있어서인지 배타시는 아버지를 둔 친구들이 많아, 상당수 아이들이 엄마하고만 살던 곳. 외지인들이 많아서인지 억양도 어휘도 독특했던 동네. 정말 못사는 동네인데도 친구들은 유독 똑똑했던 기억.


비탈길 많은 부산에 살았음에도 특별히 올라가기가 힘들었던 감천동 언덕배기는, 20년도 넘은 그 옛날에도 유달리 옛날 느낌이 났던 곳이었어요. 



감천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감천동의 유래가 있는데, 특히 관광지로 알려진 감천2동은 1918년 생긴 태극도라는 종교 신도들이 반달고개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촌이라고 합니다. 신앙촌. 어렸을 때 엄마가 신앙촌에서 사왔다고 하던 양말들은 그럼 여기서 가져왔던 걸까요?



감천마을을 가려면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가까운 지하철은 1호선 '괴정역'일거에요. 괴정역 6번 출구로 나와 뉴코아아울렛 건너 정류장(괴정동우체국) 에서 마을버스 1-1번을 타면 금방입니다. (시간나시면 괴정시장도 오래된 재래시장이라 재밌으니 구경해보세요^^)


사진은 올 해 2월 설 연휴에 찍은 거에요. 설 다음날인데도 얼마나 사람들이 많던지. 평소 휴일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을 지 상상이 가지 않네요.




이런 벽돌은 40여년 전에 유행했었죠. 오랜만에 보는 돌벽이라 급 어린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장독과 벽화는 참 잘 어울리는 소재 같습니다.



셀카봉을 두고 오셨어도 여기서 장만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마을을 다 돌아다니려면 힘드니 생수도 한 병 장만하면 좋겠죠. 근처 안내소에서 감천마을 지도를 나눠주고 있으니 챙겨가세요.



젊은이들의 손길이 닿았음이 느껴지는 생동감 넘치는 간판들. 그러나 이름은 촌스럽게, 추억의 느낌이 가득하게.

 


마을버스를 타고 내리면 닿는 입구에 있는 기록관입니다. 



되도록 기존 집들을 개조해서 쓰고 있어요. 이런 타일바닥과 좁은 방들이 어렸을 때 놀러갔던 동네 친구들 집을 떠올리게 하네요. 그 땐 그 방이 좁다고 못느꼈는데, 지금은 너무나 작다고 느껴지네요...



마을은 지붕하나도 허투루 꾸미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시점으로 만나보세요.



꽃차가 미니 한 병에 500원, 이 중병은 3000원입니다. 선물용으로 어떨까요?

이외에도 직접 만든 부채며, 꽃신 등 전통 작품들이 꽤 있습니다. 옆동네 마실가는 기분으로 버스카드 하나 들고 떠난지라 전 아무것도 못사왔네요... 



감천마을이 개발된 기간만큼 낡아서 다시 옛것이 되어버린 계단 위 벽화들.



화혜장님 공방은 꼭 들러보세요.



마을 어르신들과 관광객의 쉼터가 되어주는 큰 나무. 아래에 쉴 수 있는 벤치가 있어요.



오래된 페인트의 얼룩덜룩함과 밝은 색감이 느낌 좋습니다. 어르신들은 오히려 이렇게 화사한 것이 잘 어울려요. 꽃같고, 단풍같고, 어르신 옷고름 같은 벽의 색감이 좋습니다. 



마을을 걷다보면 계속 마주치는 풍경들. 저수탱크가 보통은 노란색인데, 이 곳은 마을 분위기를 해치지 않도록 모두 로얄블루로 칠해 놓았네요.



마을을 걷다보면 만나는 반려동물들. 2월이라 옷을 입었어요^^

동물들도 어르신들도 관광객들에게 호의적이셔서 감사했습니다. 



사진 찍으면 예쁘게 나오는 포인트들이 많아서 핸드폰 막사진으로도 때깔이 곱네요.

혹시 스냅사진 찍어야 하는 분들에게도 추천 할만한 곳입니다. ㅎㅎ




소원이 주렁주렁 열린 옥상. 바로 아래는 등대 포토존입니다. 



감천마을에 안 간 사람은 있어도, 갔는데 어린왕자와 찍은 사진이 없는 사람은 없겠죠? ㅎㅎ

20분쯤 줄 서서 찍었습니다. 중국인들도 많구요, 혼자 가면 앞 뒤에 있으신 관광객들이 도와주시기도 합니다. 저도 몇 컷 찍어 드렸답니다. ^^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시는 곳이기 때문에 그 분들의 삶을 가까이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조심하고 예의를 갖추어 방문해야겠죠~



수도가 들어오면서 이젠 쓰지 않는 우물터는 바닥이 말라버렸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예쁜 연못으로 꾸며 놓으셨네요.



중간중간 만나는 물고기 조형물. 물고기를 따라 가며 감천마을을 거닐다보면 어느새 마을을 외곽으로 한 바퀴를 쭉 돌게 됩니다. 가끔은 계단도 내려가고 샛길도 들어가 보세요.



수학능력시험에도 나온 감천마을. 전국에 사하구를 알렸나요? ^_^




감천마을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들. 아래 석고모형을 판매하고 있어요. 직접 색칠해서 꾸밀 수 있습니다. 저희 집 초딩은 아직 색칠을 잘 하지 못해서 자신이 없다며 구매를 포기했네요. 15,000원이에요. 




벽화와 폐품을 활용한 조형물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보다보면, 하나하나 감상하기 위해선 최소 3일은 머무르면서 봐야할 것 같아요.



제가 어릴 때 바로 앞 집이 담배가게였죠. 딱 이 모습이었답니다. 

저희 아빠는 청자 -> 태양 -> 솔...로 넘어 가셨는데. 꽁초까지 아껴 피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집안 가득한 담배냄새가 나쁜지도 모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시절.



길가에 놓여진 연탄 한 장에도 추억에 젖습니다. 연탄재는 생각보다 유용했는데 말이죠. 꽁꽁 언 길 위에 뿌리면 우리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줬어요. 하지만 얼음이 녹고나면 거리가 난장판이었죠 ^^;; 



원래 감천마을의 시작은, 하나 둘 원주민이 떠나 버려진 폐가를 젊은 예술가들에게 갤러리로 내어주면서 였어요. 그래서 마을 구석구석에 이런 주제를 가진 갤러리가 있죠. 

<빛의 집> 입니다. 너른 창으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곳이에요. 낮은 천장과 다락은 먼지를 모티브로 한 조형물로 꽉 차있어요. 



마을을 거닐다보면 이런 낙서를 많이 만납니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여러분~~~

물론 보고 웃는 재미는 있지만, 이렇게 함부로 남의 집 담벼락에 낙서를 하면 곤란하죠. 그래서...



낙서갤러리가 있습니다. 마음껏 낙서할 수 있는 벽들이 있으니 한 번 찾아가서 발도장 콩! 찍고 오세요.




아직도 가동되는 추억의 미니게임기. 100원에 두 판이나 할 수 있어요.

문방구 앞에서 목욕탕 의자에 앉아 친구들 갤러그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부품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 살살 한 게임 부탁합니다. 하핫.



<바람의 집>은 사방이 거울인 가운데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갈대같은 조형물이 있어요.

초록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것도 같구요.




<현대인의 방>은 참 쓸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지만 친구 없이 키보드만 치고 있는 모습이 나의 모습이 아닌가. 무섭고 쓸쓸하고 답답한 감정이 밀려 왔습니다. 



한 명이 겨우 지나갈 것 같은 좁은 골목길과 난간.

어릴 땐 이런 길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죠. 지금은 오히려 중국영화에 나오는 뒷골목 같으니 제가 변했나요, 세상이 변했나요.



세월에 의해 닳고 닳은 바닥과 잡초가 무성한 돌담벼락에서 그리움이 묻어납니다.




감천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성냥갑같은, 레고 블럭같은 집들을 다닥다닥 스케치북에 채워 놓고 싶네요. 안그런가요? 



80년대 까지만 해도 사시사철 연탄광에 연탄을 채워놓고 보일라 물을 빼서 머리감곤 했지요. 

플라스틱 냄새가 진하게 났던 그 쩔쩔 끓는 뜨거운 물과 이불에 구멍을 내던 아랫목이 그립습니다.



이 계단은 별 보러 가는 계단이라네요. 낭만적인 이름과 달리, 너무 가파르고 힘들어 계단을 오르다보면 현기증이 나서 별이 보인다고 별 보러 가는 계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데요. 





주차장에 그려진 벽화. 저 사하 수퍼에 들어가 눈깔 사탕 하나 사 먹고 싶습니다. ^^



옆 동네라 버스카드 한 장 들고 산책겸 갔던 터라 두어시간 둘러보니 허기져서 내려왔습니다. 

왜 감천마을이 떴는지 알 수 있네요. 멀리 보이는 감천항과 그 바다를 바라보며 배타러 나간 아빠와 남편을 기다렸을 가족들의 삶이 이 풍경 한 장에서 읽혀집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색적인 한국이 산토리니로 남아주세요.


감천마을을 둘러보면서 느낀 팁과 아쉬운 점!


먼저 <팁>

1. 입구 가게에서 고양이 간식을 저렴하게 팔고 있어요. 가끔 만나게 되는 감천마을 토종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는 센스를 보여주세요^^


2. 토박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강아지들을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좋으신 분들이라 강아지를 만질 수 있도록 해주지만, 강아지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게 살살 다뤄 주세요.


3. 어르신들이 거주하고 계신 곳이에요. 너무 시끄러운 모습 좋지 않아요. 조용히 보행해 주세요. 문열어 놓으신 곳을 기웃거리지 말아주세요.


4. 낙서는 지정된 공간에서만! 쓰레기도 지정된 장소에 버려주세요~



다음 <아쉬운 점>

1. 지역을 상징할 수 없는 해외 특산품들 아쉬워요. 특히 타코야끼나 일본의 구슬모찌보다는 우리 어묵이나 떡, 호떡, 닭꼬치 이런 게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던데, 일본음식보다는 우리 먹거리가 좋잖아요~


2. 쉴 곳이 많지 않아요. 마을이다보니 굳이 벤치가 많이 필요 없을 수 있지만 벽화나 풍경을 감상하기엔 확실히 앉아서 쉴 곳이 부족해요. 시간에 쫓기게 되네요. 어르신들도 길거리 계단에 앉아 쉬시고 있고. 좀 앉을 곳을 좀 더 부탁해요.


3. 원래 감천마을이 알려지게 된 계기. 폐가를 갤러리로 꾸미는 것. 좀 더 늘려주세요. 너무 안쪽에 있어서 찾기가 쉽지 않네요. 이정표도 더 눈에 잘 띄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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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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