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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배정받은 첫 주엔 달래만 구석에 조금 심어놓고 일주일 후 다시 텃밭을 찾았다.

출석부에 서명을 하고 내 밭을 찾아 가는 길에 씨앗심기에 관한 안내가 있다.


4월에 잎채소 씨앗을 쭈리면 5월 중순 쯤 수확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올 해는 날씨가 일찍 따뜻해 졌으니 서둘러야 겠지.


씨앗심기 방법은..


① 손가락으로 두둑위에 폼을 낸다. 깊이는 0.5cm미만. 옆 폼과의 간격은 25cm전후

② 씨앗은 2cm간격으로 심는다. 너무 촘촘히 뿌리면 솎아내기도 힘들고, 솎을 때 옆 작물이 다칠 수 있다.

③ 씨앗을 뿌리고 흙은 손가락으로 살짝 꼬집듯 덮는다.

④ 물을 흠뻑 준다. 너무 물줄기가 세면 덮은 흙이 페이거나 씨앗이 물에 떠내려 갈 수 있다.


잘 숙지를 하고 내 밭으로 고고.

첫 주에 밑거름을 줬어야 하는데, 이제와서 밑 거름을 주고 좀 기다리기엔 마음이 급해서 웃거름을 나중에 두둑히 주기로 하고 일단 집에서 정성껏 발표 시킨 EM배양액을 뿌려 섞기로 했다.



몇 년 전 베란다에서 화초를 키울 때 물뿌리개로 일일이 뿌려주기가 손가락 아파서 구입했던 다용도 자동 물뿌리개. ㅎㅎ

2.0L 짜리 생수병 이하의 병이면 모두 사이즈가 맞는다. 하지만 관이 길기 때문에 1.5리터짜리 음료수 병이 가장 적합하다.

뒤의 손잡이를 밀었다 당겼다 하면 편하게 물이 뿌려진다. 그 때 이 물뿌리개를 살 때는 이런 용도로 쓰여질 줄 몰랐지.


EM 배양액을 땅에 골고루 뿌려주고 있으니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다. 

"대체 저 여인네가 뿌리는 정체불명의 액체는 무엇인고?"

"EM 배양액 이옵니다."

"EM배양액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EM(Effective Microorganisms)이란 유용미생물균으로 자연계에 존재하는 유용한 미생물 중 사람에게 유용한 미생물 수십종을 조합한 것으로, EM원액을 쌀뜨물에 당밀 또는 설탕과 함께 섞어 일주일 정도 서늘한 곳에 두면 EM배양액이 되옵니다.  EM배양액을  일상에서 사용하면 하수구에 유용미생물이 많이 번식하게 되어 하천에도 유용한 미생물이 퍼지게 되어 친환경적으로 정화가 되옵니다. EM배양액을 흙에 섞으면 흙속 유기물질들이 분해되는데 도움을 주어 흙의 생명력이 길어지고 결론적으로 좋은 흙이 되옵니다. 그런 흙에서 자란 채소들 또한 건강한 채소가 되는 줄 아뢰오~"


EM배양액을 밭에 고루고루 살포한 후 살살 흙을 뒤집어 섞고 감자 심기에 도전.

집에서 싹을 내왔다.


감자를 흙 속에 깊이 깊이 파뭍고 있으니 주변 할머니들이 다 달려와서, 말하길

"멀리서 보니 이랑도 잘 파고, 뭔가 전문가처럼 흙에 정체불명의 액체도 뿌려 섞고 해서 베테랑인줄 알았는데 가만보니 초보렸다! 감자를 이렇게 깊이 심으면 아니되느니라"

"그럼 어떻게 심사옵니까?"
"흙을 얕게 파서 감자를 가만히 얹고 그 위에 흙을 살살 얹어만 주어라. 싹이 보이도록. 그리고 너무 싹이 많이 난 것은 좀 솎아 주거라. 영양가있게 자라질 못한다. 잎이 나면 다시 그 위헤 흙을 틈틈이 북돋아 주면 튼튼하게 무럭무럭 잘 자랄 것이니라"

"우와 감사합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죄다 파내어 얕게 심었다. 



감자 다섯 줄을 심고 나니 이제 씨앗을 심을 차례. 지난 번 광장시장에서 사온 씨앗을 꺼내봤다.


도깨비똥처럼 생긴 이 것은 "비트" 씨앗.



고운색감의 이 씨앗은 "열무 씨앗"


모두 3월~4월에 파종해서 6~7월에 먹는다고 겉봉투에 적혀있다.  알알이 2cm간격으로 잘 심을 자신이 없어서 대충 한 줄씩 후루룩~



물을 듬뿍 주고, 다음 주에 만나자, 아가들아~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상추와 정원용 장갑을 한 벌 샀다. 흠. 이렇게 점점 농부가 되어가고~



다시 이번 주!

어제 봄비가 왔기 때문에, 내 씨앗들이 싹을 냈을까 싶어 아침부터 부랴부랴 서둘렀다.

날씨가 어찌나 놓은지 대충 찍어도 예술작품. 멀리 63빌딩이 눈 앞처럼 선명하다.


한강다리를 걸어서 밭으로 가고 있는데, 멀리서 봐도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전날 봄비 때문에 밭일하러 나오신 분들이 가득.



이번 주에 거름을 주신 밭이 많은지, 노들텃밭 입구부터 똥냄새가 진동한다. 하지만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냄새라고 생각하니 버틸만 하다 ^.^;;;


음 근데.. 내 밭이 아무리 배수로 근처에 있다지만.... 배수관의 물이 계속 새고 있어서,



내 밭만 '논'이 되었다. ㅇㅅㅇ;;;

아... 내 밭엔 미나리를 심어야 하는 걸까. 정녕?

다음 주 부터는 장화를 신고 와야겠다. 운동화를 신고 저길 들어갈 수 없어서 최대한 마른 땅을 밟으면서 일하느라 힘들었다. ㅎㅎ



밭은 실망스럽게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래서 준비해온 상추씨나 심자도 호미질을 하다보니...


비트싹이 이렇게 빼꼼?!



그 옆에선 열무싹이 힘차게 흙을 밀어올리고 있었다.



내 새끼들 힘내라 힘!!!!

다음 주면 싹이 제법 올라오겠지? 이번 주엔 비소식이 없다고 해서 토요일날 와서 물을 주어야겠다.



텃밭 주변엔 강 때문에 높은 건물이 없어 이렇게 어디를 찍어도 탁 트인 느낌이다. 그림 같지 않나?




매화 나무에는 벌이 바쁘게 중매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깡패 비둘기들이 이렇게 몰려다니면서 밭 농작물을 헤치고 있어..ㅠㅠ 참새도 아니고 비둘기 따위가...응? 평화의 상징이라면서 이렇게 깡패짓 하기니... 내 감자싹도 많이 사라졌던데, 너희들 짓이니?



한 켠에선 대학생으로 보이는 단체가 모여 하하호호 즐겁게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잠시 후 '아웃백'에서 도시락이 잔뜩 배달되는 모습을 봄... 나도 다음번엔 짜장면이라도 시켜먹어야 겠다? ㅎㅎ



다음 주에 토종씨앗 나눔이 있다고 한다. 이런건 문자로 알려줘도 좋을텐데...

다음 주는 토요일에 약속 만들지 말고 아침일찍 와서 밭일 하고 오후엔 이마트에 다녀와야겠다. 


다음 주 준비물 :

튼튼한 몸과 마음. 그리고 도시락 :)


※ 아 참고로, 달래는 끝끝내 싹을 틔워 올리지 않았다. 2월 파종이던데, 너무 늦게 파종한 듯. 내 밭의 영양분으로 승화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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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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