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7일은 <문화가 있는 날> 이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 이란 지난 2014년 1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제도로,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지정하여 전국의 주요 문화시설을 할인하거나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에요. 

고궁같은 경우는 이 날 야간개방을 하고 거의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오랜 홍보를 해서일까요 이젠 상당수 사람들이 문화가 있는 날을 즐기고 있는 걸로 알아요. 


하지만 직장인이라 문화가 있는 날을 제대로 즐기기란 쉽지 않아서, 미술관등이 야간개방을 한다고 해도 이동을 하면 종료 시간이 가까워서 늘 영화를 5000원에 즐기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이번 달은 문득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고궁이 있는데 왜 갑갑한 영화관만 가지?'라는 생각이 스쳐서 덕수궁으로 향했어요. 


회사에서 도보로 약 30분 거리. 비가 오락가락 궂은 날씨지만 쉬엄쉬엄 걸을만한 거리에요.



덕수궁은 시청역 2번 출구로 나가면 출입구 앞에 바로 닿을 수 있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이 이 길은 아니지만 돌담을 끼고 직진하면 바로 덕수궁 앞 매표소에요.



유니세프 행사중인지 거리엔 기념등이 줄지어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바로 달려온다고 달려왔는데, 이미 7시가 넘었네요. 해가 뉘엇뉘엇 저무는 가운데 대한문의 위엄이 가슴에 확 닿았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 매표소는 일찌감치 문을 닫았어요. 덕수궁 입장료는 성인기준 1000원이지만 문화가 있는 날 오후 5시 이후에 가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습니다. 

덕수궁 내부에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은 50% 할인된 금액으로 관람할 수 있어요. 이중섭을 너무 좋아해서 이중섭전을 다 찾아서 봤지만, 이번은 시간이 촉박해서 pass 합니다. 집에 있는 도록으로 대리만족 해야죠^^;



그냥 무작정 덕수궁을 가야겠다고 출발했는데, 이런 저런 문화 공연들이 있네요. 

석조전 음악회는 예약을 못해서 어려울 것 같고, 미디어파사드를 봐야겠습니다. 



서울 살면서 경복궁은 정말 많이 갔는데, 덕수궁은 처음이에요. 돌담길을 끼고 걷기는 제법 걸은 것 같은데 시청앞이라는 지리상의 이유에서인지 늘 오며가며 대한문만 볼 뿐 내부에 들어가야 겠다는 생각은 거의 못했네요.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무작정 사람들을 따라 가기로 했습니다. 

내부가 넓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이었어요.



비가 어설프게 내려 고온다습한 가운데 매미들만 마지막 생의 힘을 쥐어 짜내고 있네요. 

올 여름은 너무 덥고 흐린 날이 많아서인지 매미들도 힘이 없게 느껴집니다.



광경문 발굴 조사 중이라는 표지판 입니다. 아직도 발굴이 덜 된 곳이 있나봐요. 신기하네요. 왠지 도심 내부는 모든 발굴이 끝났을 것 같았거든요.

어떤 문화재가 나올지 기대됩니다. 



안내책자를 보면서 걸었기에 특별히 설명은 필요 없다 싶었는데, <내 손안의 궁>이라는 앱이 있더라구요.

혼자 고궁을 걸을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 것도 직업병이라 새로운 서비스나 앱을 보면 꼭 사용해 봐야 잠을 편히 잡니다. 😅😅



비가 오락가락하고 날이 궂어서인지 해가 일찌감치부터 저물기 시작해요. 덥지만 덕수궁을 거니는 분들이 많네요. 외국인들도 제법되구요. 

하지만 내국인들이 더 많아, 문화의 날을 실감했습니다.^^




덕수궁은 원래 궁의 모습을 유지하는 중화전과 근대 건축물인 석조전이 공존하지요. 

중화전은 작지만 궁답게 중화문을 통과하여 입장하게 됩니다. 안쪽 담이 없어 꼭 중화문을 통과하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합니다. 다른 궁과 달리 담이 없이 사방에 계단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래도 역시 사람은 문으로 다녀야지요 ^^;



원거리에서 찍어봤습니다. 중화문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중화전이에요. 



중화전은 원래 중층 건물이었는데, 광무 8년(1904년)에 화재가 나서 다시 단층으로 수리했어요. (중건)



해가 더 지기 전에 중화전 실내를 보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쁩니다. 



중화전 내부에요. 다른 궁과 달리 아담해서 왠지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뭔가 역사 속에서 저물어가는 조선이 느껴졌거든요. 더군다가 을사조약 후 중건되었다고 하니 더욱 마음이 ㅠㅠ



그래도 천장의 쌍용은 조선의 기개가 느껴집니다. 



석조전으로 이동해봅니다. 분수대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어요.

음악회가 끝나고 미디어파사드를 준비하나 봅니다.




조심조심 석조전으로 올라갔는데 석조전(대한제국역사관) 관람은 인터넷예약제로 해설사 인솔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단, 만 65세 이상 어르신과 외국인은 매회 5명까지 예약없이 현장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고 해요. 

예약을 해야하는 지 몰랐던 터라 아쉬움을 달래며 기웃거려 보았습니다. ㅎㅎ




가려진 문틈 사이로 살짝 보이는 풍경으로 근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네요.



석조전에서 바라본 풍경인데 앞이 확트여 좋다가도 우뚝우뚝 솟은 고층 건물을 보면 격세지감으로 슬픈 느낌도 드네요.



석조전 난간을 따라 근대 지식인처럼 걸어봅니다. 요즘 힘들었던 일들을 되새겨 보며, 나라 걱정도 하구요^^;




크지는 않아서 석조전을 따라 걷는 건 여유있게 5분이면 충분합니다. ㅎㅎ

뭔가 음침하게 느껴지신다면, 그건 날씨탓일거에요^^ 실제로 보면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답니다. 영화 속 전지현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손때인지, 그을음인지가 잔뜩 뭍은 기둥.




석조전은 외관만 훑어 보고, 미디어파사드를 보러 갔습니다. 



날씨가 좀 더 좋아 노을이 진 풍경이었으면 좋으련만, 빗방울만 가끔 속절없이 나리는 장마철 저녁은 쓸쓸한 기운만 가득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 운좋게 바깐 벤치에 앉아 볼 수 있었어요.



8시 10분 공연 시작이라, 8시부터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입장하자마다 근 1시간 넘게 줄서서 기다리던 분들은 감격해 겨운 스마트폰 세레머니를;;;;

잔디밭 의자에 앉아 보려면 최소 7시 전에는 줄을 서야해요. 7시경 옆을 지나갈 때도 이미 20-30명 줄 서 있더라구요.


정확히 8시 10분에 시작한 미디어파사드 공연은 15분간 진행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근대 역사이야기를 낭만적으로 멋지게 해석했어요!!


습하고 더운 날이었지만 공연 중간중간 석조전과 국립현대미술관을 통과하는 바람이 불 때면 청량감도 느껴졌습니다.



궁중예복을 입고 춤을 주는 여인의 영상으로 시작된 작품은...



우리의 문화 역사처럼 색색깔 아름답게 채워지다가 



비바람의 부침을 이겨내고,



근현대로 넘어옵니다. 



다들 환호하며 좋아했던 장면이에요.




노래방등 우리 문화의 키워드들이 스쳐지나고,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시를 읊을 때 벽면 가득 눈발이 날리는데, 숨막힐 듯 낭만적이라 마치 제가 10대로 돌아간 느낌 마저 들었어요.

직업병으로 1회차를 페이스북 라이브로 공유했었는데, 블로그에도 공유합니다. 



1회는 8시 10분부터 15분간, 2회는 8시35분부터 15분간 총 2번 공연되었어요. 

잔디밭 의자에 앉으신 분들은 한 회밖에 못보고 나와야헸지만, 전 2번 감상하며 여유를 즐겼네요.


이 미디어파사드 <낭만에 대하여>는 10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화,수,목요일 3일간 각 2회씩 공연될 예정이에요. 


아, 미디어파사드(media facade)란 건물을 대형 디스플레이로 활용하여 만들어진 미디어 예술작품이에요.

서울역앞 '서울스퀘어'와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이 대표적인 대중적 미디어 파사드입니다. 


문화가 있는 날 저녁 덕수궁을 방문하며 이 공연이 공짜!입니다. 좀 여유있게 보고 싶으시다면 앞 뒤 화요일과 목요일 방문하셔도 입장료는 1000원 미만이기 때문에 아깝지 않으실 거에요~



공연을 보고나니 9시가 다되었습니다. 

문화가 있는 날 야간 개장은 9시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공연을 관람한 인파들과 함께 서둘러 나왔네요.


다음 달 문화가 있는 날은 어디를 갈까요?

한 달에 한 번 <문화가 있는 날>을 핑계로 삭막해진 마음에 여유로움을 더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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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귤
디지털마케터, 커뮤니케이터, 평생교육사, 낙서쟁이, 콘텐츠제작자, 소셜강사, 워킹맘, 치와와집사 gyulcom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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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렸을 때는 한글날, 국군의 날이 모두 공휴일이었는데, 주5일제가 시행되면서 휴일이 너무 많다며 슬그머니 폐지되었었다. 그리고 다시 작년부터 공휴일의 자격으로 다시 돌아온 한글날.


학생 때야 한글날이라고 교내 백일장이며, 한글의 의미를 되새기자는 내용이며, 다큐멘터리로 분주하고 바빴지만 성인이 되고 보니 막연히 쉴 수만은 없는 날이 되어 버렸다. 



올 해 한글날 나는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 강의를 들으러 갔다. 아침 9시 30분 서소문 일대와 광화문은 조용한 듯 분주했다. 휴일에 방점을 둔 사람들은 가게문을 닫고, 또는 하루를 쉬며 거리의 적막을 한 자리 차지했다면... 한글날에 의의를 둔 사람들은 하나 둘 광화문 일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훌륭하신 세종대왕이 계신 곳으로.


광화문 근처, 시청 건너 덕수궁 근처에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른 가을을 즐기려는 관광객들과 한글날을 준비하는 많은 시민 단체들.



그렇지만 아직은 한가했던 시간. 사람들이 적어 느껴지는 풍부한 산소의 느낌(ㅎㅎ)과 가을 아침의 바스락한 냄새가 좋았다.



이 가을이 떠나기 전에 다시 사진기를 들고 나가봐야 겠다. 비록 같이 걸을 연인과 친구는 없어도..^^



피아노를 조율하며 공연을 준비하시는 아저씨. 듣고 싶었는데, 강연 시간과 겹쳐 아쉽게 듣지는 못했다. 

이 날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힘드시진 않으셨을 지...



아무도 없어서 청량함이 느껴지는 덕수궁 돌담길. 연인과 함께 걸으면 헤어진다는데, 그래서인지 가족이나 친구 다위가 많이 보였다.


가을 녹음이 짙어간다. 지금 가면 더 초록은 노랗고 빨간 화장을 했겠지.


서소문청사겸 시립미술관 앞에서 만난 CNG 충전소.

CNG가 뭔지 몰라 찾아본 나는 초보 드라이버. 개인 천연가스란다. 천연가스는 버스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개인도 쓸 수 있구나..


공용자전거 대여 시스템. 지문을 인식해서 빌리는 건가 보다. 무료인가? 


신기했다. 다음에 빌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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