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초 이사를 했습니다.
전에 살던 가족은 이 곳에서 약 8년 거주한 사내아이 둘을 키우는 맞벌이 가정이었어요. 집을 볼 때 어느 정도 지저분한 것은 감안했지만, 막상 이사 나가고 나니 가관이더군요. ㅠ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좁은 거실과 연결된 주방은 어떻게 요리를 해 먹었을 까 싶을 정도로 지저분했던 지라 이사청소를 맡겼을 때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신의 손을 만나서 인간답게 닦아 주셨어요. 하지만 역시 계속 거슬리는 낡은 주방 가구의 흔적들.
손잡이 나사가 빠졌는지 떨어져 나간 흔적. 저건 의미 없는 쌀통이네요. 아니 쌀통이 빌트인 된 주방가구는 처음 봅니다. ㅎㅎ 어쨌든 나사를 조이려면 문짝을 아예 분리해야 하구요.
손잡이는 금속 재질에 페인팅이 되어 있는 제품이었어요. 나름 묵직해서 처음에는 잡았을 때 그립갑이 좋았을 것 같지만 지금은 허물을 벗는 듯 우둘투둘. 만지기도 싫은 상태.
그나마도 손잡이가 아예 없는 서랍.
화장실 선반의 문고리들도 모두 전멸이네요.
집은 편안하고 따뜻하면 된다는 주의라 큰 돈 들이고 싶지 않지만, 이대로는 우울증만 깊어질 것 같아 이사오자마자 급히 손잡이를 주문했습니다.
먼저 어떤 손잡이가 현재 주방에 잘 어울릴 지 고민해야겠지요?
앤틱, 모던, 심플, 프리티. 한참을 고민하다가 주방가구의 밝은 갈색에 잘 어울릴 것 같은 블랙으로 정했습니다.
동글동글 귀여운 돌핀 손잡이 19개와 공용 욕실에 쓸 엔틱 고리 손잡이.(욕실은 가구가 체리색이라 엔틱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주문하기 전 주의할 점은 손잡이 나사 사이의 간격과 문짝의 두께를 정확히 재고, 맞는 것을 주문해야 해요.
저는 정확히 128mm가 나와서 맞는 사이즈로 주문했습니다.
문짝 두께는 나사를 받을 때 쓰는데요, 엔틱고리용 나사를 따로 주문하지 않아서 욕실 선반은 살짝 나사가 헐겁게 되었네요. ㅜ_ㅜ
주문한 다음날 도착한 19개+1개의 문 손잡이들.
돌핀은 플라스틱 손잡이라서 너무 가볍긴 합니다.
문 열림이 무거운 원목 재질의 서랍용이라면 좀 사용이 불편할 수도 있엤어요. 하지만 전 가벼운 주방용이기 때문에 OK.
나사와 손잡이를 잘 맞춰서 조립해 줍니다.
욕실 고리 완성!
그렇게 주방도 모두 교체했습니다.
밝은 오크색이라 검은색 손잡이가 잘 어울리네요^^
식기 건조기 유리가 검은색이라 조화롭습니다.
손잡이가 떨어져 나갔던 서랍에도 짝을 찾아 주고..
빌트인 쌀통도 문짝을 분리해서 교체해 주었어요.
고민할 때는 몰랐는데, 조리용 팬(환풍기)도 검은색이라 맞춘 듯이 색이 딱 맞네요.
그 전에는 뭔가 노티가 났던 주방이었다면, 손잡이 교체로 굉장히 큐트해졌어요~
그리고 남은 손잡이들은.. 금속 재질이라 잘 분리수거 해서 내놓았습니다.
총 20,000원+ 배송료 2500원 = 22,500원에 주방 분위기가 확 바꼈네요.
사용해보니 역시 손잡이가 가벼워서 걱정은 살짝 되지만 그렇다고 쉽게 부러지거나 할 것 같지는 않구요. 몇 년은 무난하게 쓸 것 같아요.
여름이 되면 시원한 도자기 재질의 손잡이로 바꿔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요즘 이사철인지 저희 아파트도 매일 같이 사다리차가 오르내리더라구요. 이사 후 심란한 집 보며 우울해 하지 말고 적은 비용으로 하나씩 고쳐가는 재미를 느껴보세요.
혼자서도 1시간이면 뚝딱이랍니다~